"성장률 올리려면 내수 진작해야…통화·재정정책 균형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촉발한 한일 무역갈등이 한국의 투자와 성장에 영향을 미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11일 진단했다.
숀 로치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초청 세미나의 사전 간담회에서 "한일관계 이슈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무역갈등이 투자와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최근 S&P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0%로 내렸는데, 이는 6월 말 기준 전망치로 최근 한일 갈등 변수는 반영되지 않았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일 갈등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투자 안정화 회복이 어려워지고 성장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현시점에서 (한일 무역갈등의)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고 시기상조"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1분기 기업 실적이 약했고 글로벌 무역갈등은 악화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개방 경제이고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큰 국가여서 전망치 하락 폭이 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박준홍 S&P 이사는 "한일 무역 갈등으로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섹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이라며 "부정적인 영향은 확실하지만 이 사태가 본질적으로는 정치·외교적 문제여서 향후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분야 감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전체적으로 공급 자체가 줄면 가격이 약간 반등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며 "감산을 하게 되면 기업들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내수 진작에 집중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성장률은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내수를 올려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며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가계 부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과 재정에 의한 부양책을 균형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여력이 있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재정에 의한 부양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계속 성장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재정 부양책이 단기적으로 도움 될 뿐 아니라 장래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팀 소속 킴엥탄 상무는 "현재 한국 정부는 재정 정책을 펼칠 만한 여력이 있다"면서 역시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경제는 대외 수요에 많이 의존했다"며 "지금은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인지 보고 이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국 성장에 왜 내수가 기여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해 적절한 정책을 입안해 내수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킴엥탄 상무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며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성장과 대외 수지는 굉장히 견고하다"면서 "단기적으로 대외 리스크가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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