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일 갈등, 한국 투자·성장에 하방압력…내수 진작해야"(종합)

입력 2019-07-11 17:01  

S&P "한일 갈등, 한국 투자·성장에 하방압력…내수 진작해야"(종합)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책 균형적으로 펼칠 필요" 조언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정수연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이 우리나라의 투자와 성장에 영향을 미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숀 로치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초청 세미나의 사전 간담회에서 "한일관계 이슈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무역갈등이 투자와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최근 S&P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0%로 내렸는데, 이는 6월 말 기준 전망치로 최근 한일 갈등 변수는 반영되지 않았다.



로치 수석은 "최근 한일 갈등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투자 안정화 회복이 어려워지고 성장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현시점에서 (한일 무역갈등의)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고 (그렇게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간담회에 이어 열린 세미나에서도 한일 무역갈등에 대해 "이미 미중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라며 "기업들은 결국 투자 결정을 미루고 투자의 규모도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설령 한일 양국이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선 "1분기 기업 실적이 약했고 글로벌 무역갈등은 악화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개방 경제이고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큰 국가여서 전망치 하락폭이 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박준홍 S&P 이사는 "한일 무역 갈등으로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이라며 "부정적인 영향은 확실하지만 이번 사태가 본질적으로는 정치·외교적 문제여서 향후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분야 감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전체적으로 공급 자체가 줄면 가격이 약간 반등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며 "감산을 하게 되면 기업들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치 수석은 우리나라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내수 진작에 집중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성장률은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내수를 올려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며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가계 부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과 재정에 의한 부양책을 균형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여력이 있기에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재정에 의한 부양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계속 성장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재정 부양책이 단기적인 것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팀 소속 킴엥탄 상무도 "현재 한국 정부는 재정 정책을 펼칠 만한 여력이 있다"며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경제는 대외 수요에 많이 의존했다"며 "지금은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인지 보고 이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에 왜 내수가 기여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해 적절한 정책을 입안해 경제 성장을 내수가 주도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킴엥탄 상무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며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성장과 대외 수지는 굉장히 견고하다"면서 "단기적으로 대외 리스크가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전 간담회 이후 열린 세미나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중국 성장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로치 수석은 세미나에서 "미국은 중국에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와 동등한 경쟁환경 등을 요구하고 있어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변동성 확대를 용인할 것이며,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어서 발표한 킴엥탄 상무는 무역갈등이 중국 성장률을 낮출 수는 있으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시장인 만큼 많은 기업이 중국에 진입하려 한다"며 "성장률이 6%대에서 4%대로 낮아진다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갈등과 가계 부채 문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박준홍 이사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화웨이 이슈는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기에 한일 갈등은 반도체 생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홍택 S&P 상무는 "한국은 소득대비 가계 부채 수준이 높다"며 "향후 충격이 발생할 때 가계의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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