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말 2천명 찾는데…" 불과 80m 구간, 다닥다닥 붙어 서핑
매주 1건 사고 발생…짜증 난 서퍼들 레저공간 더 늘려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서퍼들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부산 송정해수욕장이 정작 매년 여름이면 서핑 구역이 지나치게 협소해지며 서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이날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레저존'인 6번 망루와 7번 망루 사이 80m 구간은 평일임에도 서퍼 보드를 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재외 교포 400여명이 부산을 찾았다가 서핑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좁은 레저존 탓에 이들은 한꺼번에 서핑을 즐기지 못했다.
일부가 서핑을 즐기는 사이 나머지는 백사장에서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장면이 수시로 연출됐다.
바다에 나가 있는 서퍼들도 다닥다닥 붙어있어 서핑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장면도 보였다.
신성재 해운대서핑협회장은 "보드 길이만 3m이고 파도를 따라 옆으로 움직여야 해 한 사람에 최소 15m 정도 공간은 필요한데 송정해수욕장 레저 존은 관광객 수에 비해 좁아도 너무 좁다"면서 "매 주말이면 2천명이 넘는 서퍼들이 찾기 때문에 오늘 복잡한 것은 주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푸념했다.
서퍼들끼리 부딪쳐 부상자도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해변 안전관리 요원은 "매주 1명 이상 다쳤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신고가 되지 않는 사고는 더 많다"고 말했다.
송정해수욕장은 여름을 제외하고는 전 구간에서 서핑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수욕장 개장 시즌이 되면 레저존이 대폭 줄어든다.
1.2㎞ 해변 중 80m만 서핑이 허용된다.
나머지 구간은 일반 해수욕객을 위한 공간과 육군 전투 수영훈련장으로 쓰인다.
신 회장은 "송정 외에도 서핑으로 유명한 제주 바다와 강원 양양 해변은 레저존을 일반 해수욕 구간보다 훨씬 넓게 배정하기도 하는데 송정 해변만 유독 서퍼들을 푸대접한다"면서 "부산 해양관광을 살리고 명성을 유지하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레저존이 협소하다는 지적은 매년 제기되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레저존 폭은 50여m로 더 협소했지만, 올해는 그나마 30m가량 늘어난 것이다.
한편, 송정해수욕장은 제주와 강원 양양 해변과 함께 전국 3대 서핑 성지로 불린다.
겨울에는 동해안, 여름에는 남해안 파도가 좋아 서퍼들이 파도를 따라 움직이는데 송정해수욕장은 지리적으로 동해와 남해에 모두 걸쳐있어 사시사철 파도가 들어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닥 모래가 곱고 해변 경사가 완만해 초심자들의 교육 장소로도 으뜸이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서핑 전문교육장이 생긴 곳이기도 하다.
현재 송정해수욕장에는 양양 해수욕장 다음으로 많은 19개 서핑업체가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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