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하 혁신위 꾸렸지만…손학규 옹호파 대 퇴진파 충돌 가능성
'위원장직 사퇴' 주대환 "젊은 리더들, 계파 전위대 역할해 안타깝다"
혁신위 "코치없다고 경기 포기할 수 없다"…혁신위원 3명 동반사퇴 의사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은정 기자 = 바른미래당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출범 10일 만인 11일 사퇴한 것은 혁신위원들은 물론 당내 핵심 의원들도 직전에야 알게 됐을 만큼 전격적이었다.
같은 시간 국회 본관 2층 본회의장에서의 대정부질문 진행 중에 소식을 들은 일부 의원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인 1층 국회 정론관으로 내려와 주 위원장의 발표를 지켜봤다.
지난 1일 출범 당시만 해도 당내에서는 혁신위가 4·3 보궐선거 이후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놓고 석 달 넘게 이어진 '퇴진파'와 '옹호파'의 극심한 갈등이 봉합되는 계기로 봤다.
특히 주 위원장을 제외한 혁신위원 8명을 모두 40세 이하로 꾸리면서 내홍 수습뿐 아니라 당의 미래까지 그릴 수 있다는 기대도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젊은 피'가 모인 혁신위에서도 당의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이 그대로 재연됐다는 게 주 위원장의 주장이다.
주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래 비전이나 당 발전 전략을 내놓지 않고 '손학규 퇴진'이란 하나의 단어만 계속 이야기하는 혁신위원이 전체의 절반"이라며 "젊은 리더들이 계파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전날 자정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사실상 손 대표 퇴진 논의를 뜻하는 '지도부 공개검증' 안을 표결로 의결하는 과정에서 계파 대리전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나자 결국 사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 위원장이 중재를 위해 노력했지만, 퇴진파와 옹호파가 동수로 추천한 8명의 혁신위원이 각 계파 의원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하며 입씨름을 반복하는 모습에 염증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양 계파가 오랜 논의 끝에 혁신위원장으로 추인한 주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가라앉았던 당내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상상을 못 했다"며 "기대를 많이 걸었는데, 당의 갈등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혁신위 이기인 대변인은 주 위원장의 사퇴 발표 20분 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위원장 사퇴는 저희 혁신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코치가 없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며 "당헌·당규상 위원장이 사퇴해도 혁신위를 해산할 근거는 없기 때문에 혁신위는 진통 속에서도 끝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
그러나 주 위원장의 발표 직후 김소연·조용술·김지환 혁신위원 등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혁신위가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용술·김지환 혁신위원은 당권파로도 불리는 옹호파의 추천으로 혁신위원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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