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속도·안전거리 제한 규정 미비, 어선보다 안전관리 부실
시험장마다 면허취득률·프로그램 제각각에 운영도 허술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해양레저 활동 중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수상레저안전법이 실효성 있는 규제를 못 하기 때문이다.
2000년 2월부터 시행된 수상레저안전법은 수상레저 스포츠 안전을 총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바다 위 폭주족'으로도 불리는 일부 수상 오토바이 운전자의 부적절한 행동은 피서철 골칫거리다.
무동력 레저기구를 이용하도록 한 해수욕장 레저존 근처에서 묘기를 부리듯이 지그재그로 운행하면서 서퍼를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한 관계자는 "수상 오토바이 난폭 운전 때문에 해상에서 진행하던 레포츠 수업이 잠시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상 오토바이와 관련한 신고가 접수되면 해경은 현장으로 출동해 운전자를 계도하는 등 조치하려 하지만 여기에도 어려움은 있다.
수상 오토바이의 최고 속도는 150km로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뒤 사라져버리면 잡기가 쉽지 않다.
부산해경은 매년 골치를 앓다가 올해 전국 첫 '수상 오토바이 기동 순찰대'를 만들어 활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바다에는 폐쇄회로(CC)TV 등도 없어 잡더라도 발뺌하기 일쑤다.
법에 속도제한 규정이나 안전거리 제한 규정이 없다 보니 난폭·위협 운항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불분명하다.
레저 보트는 어선과 달리 위치 발신 장치 등을 의무적으로 달지 않아 사고 발생 시 해경이 위치 파악도 어렵다.
또 출발항으로부터 18km 이내 해역에서는 출항 신고도 의무가 아니다.
영산대 해양레저학과 김귀백 교수는 "최근 부산에 해무가 자욱하게 끼며 인근 연안 시야가 10m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무분별한 레저 보트 출항이 잇따라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면허취득 전반적인 과정이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말도 나온다.
어느 요트 시험장에서 실기시험을 치느냐에 따라 합격률도 천차만별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국회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역 A 요트장 합격률은 94.80%였으나 수도권 한 요트 시험장 합격률은 69.89%에 불과했다.
시험장마다 프로그램이 상이하고 가격 또한 달랐고, 현재는 여러 가지 옵션을 패키지로 상품화해 수익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윤 의원 측은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교육기관에서 40시간만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실무는 거의 안 돼도 자격증만 받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운전면허를 스크린 운전으로 따거나, 장롱 면허인 것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면허가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험장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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