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수행자의 깨달음 담아…"희망없는 집단" 종단 비판시각 여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면 마음에서 힘을 빼야 한다. 힘이 들어가면 틀 속에 갇히고 틀 속에 갇히면 선입견에 눈이 가려져 제대로 볼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이런 물음을 치열하게 물으면 몸과 마음의 힘이 자연스럽게 빠진다. 그러면 세상이 거울에 비추듯 나에게 비춰진다."
명진 스님은 2017년 대한불교조계종을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내다 제적됐다. 제적은 승적을 파내 완전히 지워버리는 '멸빈' 다음가는 중징계다.
그가 제적 뒤로 종단에 더 거세게 맞설 것으로 보는 이가 많았지만 반대였다. 그는 종단이라는 틀을 벗어나 성찰을 택했다. "부처님께서 한 나무 아래서 사흘도 머무르지 말라"고 한 가르침에 따라 자신을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다시 수행의 길로 접어든 그가 '힘 좀 빼고 삽시다'(다산책방·316쪽)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그는 책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는 그를 출가로 이끈 물음이기도 하다. 스님은 나를 찾는 공부를 하고, 내가 나를 물으며 나의 길을 갈 때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마음 수행은 이런 과정이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동안 세상이 만들어놓은 요구와 조건들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재물과 지위, 명예 등 세상이 그려놓은 세계는 가지면 가질수록 자유가 없는 속박의 세계다. 그 과정은 집착으로 채워지다 결국 불행으로 이어진다. 스스로 가두고,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는 묻는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잘 먹고 잘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힘 좀 빼고 삽시다'는 2011년 출간해 6만 독자와 만난 '스님은 사춘기'에다 여러 이야기를 덧댄 것이다. 기존에 쓴 글에는 요즘 생각을 더 해 손을 봤다.
서울 강남 한복판 사찰에서 천 일 동안 매일 천배를 올린 봉은사 주지 시절 이야기는 진솔하다. 강단 있는 생각과 주장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명진 스님은 최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인간이 모르고 있는 것을 '지구'에 비유한다면 알고 있는 것은 '손톱 밑 때'일 것"이라며 "승려로서 세상을 바라봐 온 관점을 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승 전 총무원장의 비리 의혹이나 노조 설립 등 최근 조계종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 "어느 집단이든 5∼10%의 문제가 있지만, 문제가 70∼80%라면 그 집단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며 여전히 종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최근 조계종이 노조로 내홍을 겪는 것을 두고 "사용자에게 약한 사람들이 단체를 구성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노조"라며 "스님들이 대화를 통해 노조를 인정하고 협상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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