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법원이 가수 유승준 씨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병역기피 논란으로 17년간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 유씨는 이번 판결로 앞으로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은 1,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인 데다, 유씨 입국 반대 여론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면서 재외동포법 조항과 출입국관리법의 취지를 거론했다. 재외동포법은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버린 자라도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38세가 되면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 관계 등 국가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면 체류자격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즉 병역기피 죄를 지었더라도 기준 나이를 넘어서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쫓겨나면 5년간 입국을 금지한다. 유씨의 경우에 이 법 취지를 적용한다면 5년 입국 금지하면 됐지, 그 이상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대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판하게 된 서울고법이 새로운 논거를 달아 재차 비자 거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할 수는 있다. 혹은 비자발급을 담당하는 한국 총영사관 측에서 유씨의 비자발급을 다른 이유로 거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항소심 법원이나 영사관 등이 대법원판결을 수용하는 결정을 하리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판결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군대 가겠다는 발언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미국 국적을 선택해 국민을 우롱한 연예인에게 왜 이런 판결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은 죄에 비해 오랜 기간 권리가 제한됐으므로 이제 풀어주는 것이 맞는다며 '용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다수결로 결정해야 할 문제는 아니므로 어느 쪽이 많은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이 문제는 이제 법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평가의 영역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는 유씨가 승리했지만 국민들이 유씨를 따뜻하게 맞아줄지는 다른 문제다. 유씨도 자신의 말처럼 '대중의 비난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 반성하는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
유씨가 입국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과거처럼 연예 활동을 통해 국내에서 돈을 벌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판결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은 유씨 활동에 호응하지 않음으로써 유씨가 과오를 뉘우치게 하면 된다. 덧붙이자면 혹시라도 이번 판결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젊은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병역 의무는 신성하며, 나라를 지킨다는 긍지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이번 판결은 병역기피에 대한 처벌이 법리에 합당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 병역기피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