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소 2기 열었지만, 무덤 주인 유골도 전무…새 의혹 제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36년 전 실종된 이후 종적이 전무해 이탈리아 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남은 소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기대로 이뤄진 교황청 경내 무덤 2기의 발굴 작업이 소득 없이 끝났다.
교황청은 11일(현지시간)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실종 당시 15세)의 가족, 무덤에 매장된 사람들의 후손, 법의학 전문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티칸시국 내부의 테우토니코 묘소의 2기를 열었으나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이 묘소는 수 세기 동안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역의 가톨릭 관계자나 귀족들의 매장지 역할을 해 온 곳이다.
교황청은 이 묘소의 무덤들 가운데 1836년과 1840년에 사망한 2명의 공주가 묻힌 무덤을 열어봤으나, 이들 묘소 어디에서도 유골이나 유골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를란디의 유골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과는 달리 유골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응당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원래 무덤 주인의 유골이나 유해도 발견되지 않자 원래 유해의 행방에 대한 별개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발굴 작업은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며 "교황청은 이 두 무덤이 비어있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1800년대 후반과 1960∼1970년대에 이 묘소 근처에서 시행된 공사에 대한 자료를 살피려 한다"고 밝혔다.
발굴 작업을 참관한 오를란디의 오빠인 피에트로 오를란디는 "무덤 1기 안으로 들어간 인부들이 가로 4m, 세로 3m 크기의 방을 내부에서 발견해 모두 깜짝 놀랐다"며 "하지만, 그 방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나머지 무덤 역시 석관을 열었으나 내부가 텅 비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를란디의 가족은 작년 여름 오를란디가 이 묘소에 매장됐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뒤 교황청에 무덤을 열어보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고, 교황청은 이런 요청에 따라 묘소를 열기로 결정했다.
한편, 교황청 직원의 딸로 교황청 시민권을 갖고, 바티칸시국에서 거주하던 오를란디는 1983년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직후 사라져 갖가지 의혹을 낳았다.
살아있으면 현재 51세가 된 그가 198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납치됐거나,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또한,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이 난무했다.
작년 10월에는 로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에서 리모델링 중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돼 이 뼈가 실종된 오를란디일 수도 있다는 추정을 현지 언론이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 해당 인골은 오를란디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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