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절차 벗어난 살상 말라…유엔, 1년 내 관련 보고서 제출해야"
필리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의안, 성공하지 못할 것" 거부 의사
(로마·하노이=연합뉴스) 현윤경 민영규 특파원 = 유엔 인권이사회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수천 명의 사망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은 11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8표, 반대 14표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필리핀 당국에 사법절차를 벗어난 살상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 대표에 1년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에 중국을 비롯한 14개국은 반대표를 던졌고, 일본 등 15개국은 불참했다.
결의안을 주도한 아이슬란드 대사는 로이터에 "결의안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이 내년 6월까지 이 문제 논의를 위한 보고서를 준비할 것을 단순히 요구하는 상당히 온건한 요청을 담은 균형 잡힌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용의자 6천6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재판 없이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과 무고한 시민에 대한 살인 등으로 실제 희생자가 2만7천여 명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국제사면위원회(AI)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대규모 살인 사업'이라고 비난하며 유엔 인권이사회에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안을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자 필리핀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하고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록신 장관은 또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들을 향해 "지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유엔 인권 담당자들의 조사를 허용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목적을 들어보고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필리핀 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어떠한 조사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초법적 처형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경찰 등에 조사 거부를 명령하고 같은 해 3월 ICC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3월 ICC 탈퇴가 확정되자 필리핀 정부는 파투 벤수다 ICC 검사의 필리핀 내 이동을 금지하고 ICC 관계자가 입국하는 즉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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