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정부가 사람들의 선택을 없애버린 가까운 미래.
선택 없는 삶에 지루해하던 주인공 남성(최우식)은 '야스 랜드'로부터 초대를 받고, 그때부터 그의 탈출극이 펼쳐진다.
주인공 앞에는 끊임없이 선택지가 놓이고, 그 선택은 영상을 보는 시청자가 하게 된다.
오비맥주의 카스가 유튜브와 협업해 만든 인터랙티브(쌍방향) 영화 '아오르비'(AORB)는, 카스가 펼치는 '당신의 순간을 응원한다, 야쓰(YAASS)' 마케팅 이벤트로 제작됐다.
'아오르비'는 A 또는 B(A or B)를 뜻한다. 시청자는 수분 남짓의 영상을 보는 동안 최우식이 돼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 탈출 순간부터 '살던 대로 살자'와 '떠나자'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어떤 선택지가 영화 내용을 전개할지 충분히 예상된다. 가끔은 재밌거나 헷갈리는 선택지도 있다. 포탄이 날아오는 순간 '포탄을 트래핑한다(받는다)'와 '차를 타고 도주한다' 중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맥주 광고지만 화면에 맥주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카스의 마케팅 문구인 '야스'가 계속 반복될 뿐이다.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아오르비' 시사회에서 김태원 구글코리아 상무는 "유저가 보는 유튜브 화면 속에서 다음 영상을 어떤 것을 볼지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활용했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유저를 불러모으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터랙티브 영화는 넷플릭스가 먼저 시도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시청자 참여형 영화 '블랙미러:밴더스내치'를 선보였다.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결정을 시청자가 직접 내려서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바꿀 수 있었다. 영화에 직접 참여하게 됨으로써 시청자의 몰입도는 높였지만, 의미 있는 결말로 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선택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로 남았다.
'아오르비'에서도 같은 한계가 드러난다. 영상 속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야스 랜드'로 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시청자가 재미를 위해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영화는 거기서 끝나버리고 잘못된 선택을 한 시청자를 훈계하는 듯한 멘트가 뜬다.
김태원 상무는 "넷플릭스의 '블랙미러:밴더스내치'와 '아오르비'는 영상을 보는 사람이 선택하면서 즐긴다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그 목적은 다르다"며 "'아오르비'는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한 편의 광고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 같은 시도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영상을 보는 동안 시청자를 집중시킬 수 있다. 결말은 마치 영화 '트루먼 쇼'(1998)를 연상케 한다. 최우식 외에 배우 이정은, 이정현, 백수련 등이 출연했다.
최우식은 이날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짧은 (영화에서) 연기를 했는데,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오르비' 본편 영상은 오는 15일 유튜브에서 공개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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