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들어 2번째 공동논설…북미협상 재개 앞두고 내부 다잡기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양국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13일 노동당 기관지인 일간 '노동신문'과 월간 정치이론잡지 '근로자' 명의 공동논설을 발표, "자력갱생이 우리의 명줄"이라고 역설했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자력갱생은 조선 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다' 제목의 공동논설은 "자력갱생은 결코 정세변화의 요구나 일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 아니라 불변의 정치 노선"이라며 "힘의 강약과 이기적 목적에 따라 나라들 사이의 관계가 좌우되는 오늘의 세계에서 자기 것이 없고 힘이 약한 국가와 민족은 짓밟히든가 아니면 사멸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정세는 긴장과 완화의 유동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어도 우리를 압살하려는 적대 세력들의 야망은 추호도 변하지 않는다"며 "지금 원수들은…끈질긴 유혹과 장기적인 제재로 환상과 패배주의를 조장시켜 우리의 자력 의지를 꺾고 기어이 굴복시키려 발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나라들에 이식된 서방의 하청경제만 봐도 철저히 예속 경제로 아무리 고도성장을 이룩해도 열강들의 배만 불려줄 뿐 자기의 것이란 값싼 노동력밖에 없다"며 "외세의 자본이나 기술에 명줄을 거는 것은 번영은 커녕 남의 기분과 처지에 따라 한순간에 거지 신세가 돼 다리 밑에 나앉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자력이냐 의존이냐 하는 문제는 사느냐 죽느냐를 판 가림 하는 운명적인 문제"이고 "자력갱생은 우리의 명줄"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을 믿고 자력갱생으로 '경제 강국'을 건설하자고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비핵화 실무 회담이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나온 이번 논설은 대북 제재의 장기화를 의식한 것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자칫 높아질 수 있는 기대감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 비핵화 협상의 장기적 성격을 간과한 채 주민들의 기대치를 높였다가 충격적인 결렬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상적인 레퍼토리인 자력갱생의 중요성을 당 기관지 공동논설 형태로 촉구했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발표된 노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은 2017년 3월 25일 '우리식 사회주의 승리는 과학이다' 이후 이번이 2년 3개월 만으로, 김정은 정권 하에서 단 2건에 불과하다.
앞서 김정일 정권 시절의 마지막 공동논설은 17년 전인 2002년 4월에 나온 것이란 점은 노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 형식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