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북한 매체가 연일 남한 당국에 대해 미국 눈치 보기를 그만두고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15일 '어리숙한 선수에 대한 민족의 의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족의 이익보다 미국의 눈치부터 살피는 비굴한 사대근성 때문에 북과 남이 민족 앞에 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고 북남관계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남측 당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가상의 육상경기에 비교, "한참 앞서 달리던 남조선(남한)선수가 그만 자기가 미국 선수보다 앞선 것을 알고는 주춤거리며 뛸념(뛸 생각)을 않다가 미국 선수가 저쯤 앞서기 시작한 것을 보고서야 다시 뛰기 시작하고 있다"며 "경기에서의 우승보다도 미국 선수의 심기부터 생각하는 어리숙한 선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그 누구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그러한 민족자주의 정신, 민족자결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 가도 북남관계 문제들이 제대로 풀려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한국 정부가 북미협상의 추이를 보면서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견지하는데 대한 반발의 연장선이다.
전날 '우리민족끼리'도 북미 실무회담 진전 등을 보면서 남북 회담을 의제 등을 판단하겠다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겨냥해 "북남 선언들의 근본정신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이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지난 13일 논평에서는 한국정부의 대미 공조 우선 기조에 불만을 드러내며 "우리로서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마주 앉아 공담하기보다는 남조선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는 미국을 직접 대상하여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고 밝혔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이 대미 공조와 대북제재 틀 내에서 각종 남북 협력을 추진해 오는 데 대해 반발하면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도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남측이 대북 제재 문제가 걸려있는 남북 교류·협력 합의 이행에서 한미 공조를 우선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 대화를 외면한 채 북미 대화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며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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