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쿼터 3분 42초 만에 첫 득점…"관객들 환호에 주체 못 할 정도로 짜릿"
(광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경기 초반 뜨거웠던 열기는 어느새 식어있었다. 0-15의 일방적인 실점 행진에 관중들은 지쳐갔다.
잦아들던 함성은 김문수(25·경기도청)의 시원한 골과 함께 되살아났다.
한국과 그리스의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A조 조별리그 경기가 펼쳐진 15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 한국의 골망은 쉴 새 없이 출렁였다. 전반을 마친 후 점수는 0-14로 벌어졌다.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나선 한국에 '유럽의 강호' 그리스는 벅찬 상대였다.
잇따른 실점에 응원 열기도 한풀 꺾인 3쿼터 중반, 마침내 한국의 첫 골이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김문수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한국 남자 수구의 세계선수권대회 '1호골'을 기록했다.
관중석에서는 힘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문수'를 연호하는 목소리도 컸다.
경기 후 김문수는 "당시는 슛을 때릴 상황이 아니었는데 내 판단으로 던졌다"며 "들어가는 순간 정말 기뻤고, 경기가 재미있어지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많은 환호성을 받고, 사람들이 내 이름을 크게 연호한 것은 처음"이라며 "주체를 못 할 정도로 짜릿했다"고 전했다.
김문수의 골로 기세를 올린 한국은 이후 한층 나아진 경기력으로 관중의 응원에 보답했다.
4쿼터에는 김동혁(경기도청)의 연속 골이 터졌고, 3-26으로 경기를 마쳤다. 후반전 스코어는 3-12였다.
김문수는 "세계의 벽이 높은 줄은 알았지만, 막상 붙어보니 차이가 생각보다 더 컸다"며 "실수도 잦았고 준비한 것도 다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경기를 치르다 보니 점점 상대에 적응이 됐다"며 "상대 전략에 맞춰 후반 들어 플레이를 수정해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도중 김문수는 상대 선수 손가락에 눈을 찔렸다. 로프에 기대 통증을 호소하던 그는 결국 벤치로 물러났다.
인터뷰하는 그의 눈에는 붉은 상처가 선명하게 보였다.
고통이 상당해 보였지만, 김문수는 밝은 표정으로 각오를 말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3골을 넣었으니,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6골, 9골을 넣겠다"며 "이번 대회에서 꼭 1승을 따낼 테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1쿼터 골대를 때린 한국의 첫 슈팅을 기록한 한효민(21·한국체대)은 "그리스와 비교해 너무 부족한 게 많았다"면서도 "팀이 골을 넣어 기쁘고, 다음 경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17일 세르비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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