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러시아 상대로 값진 득점…"들어갈 줄 몰랐어…코치님·동료들에게 감사"
(광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온 힘을 다해 힘껏 던졌어요. 다시 뛸 수 없는 경기잖아요."
경다슬(18·강원체고)의 간절함을 담은 슈팅은 한국 여자수구 공식경기 사상 첫 골이 됐다.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수구 조별 리그 2차전이 열린 16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수구경기장.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경기 종료 4분 16초 전까지 0-27로 크게 뒤져있던 한국은 경다슬의 골로 한점을 만회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그는 강한 슈팅으로 러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전까지 한국의 17개 유효슈팅을 모두 막아낸 러시아의 에브게니아 골로비나 골키퍼도 힘이 실린 경다슬의 슈팅은 쳐내지 못했다.
경기는 1-30 대패로 끝났지만, 한국은 두 번째 경기 만에 대회 목표였던 '한 골'을 만들어내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결성된 여자수구 대표팀의 공식 경기 최초 골이었다.
경다슬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순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관중분들과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잘 가르쳐주신 코치님과 함께 고생한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골 상황에 대해 그는 "다시는 못 뛸 경기인 만큼 온 힘을 다해 슛을 던졌다"며 "진짜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얼떨떨했다"고 전했다.
1차전 0-64 기록적인 대패에도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 직전까지 결연한 표정으로 연습에 매진하던 한국은 첫 경기였던 헝가리전보다 한층 나아진 경기력으로 러시아를 상대했다.
3개의 그쳤던 슈팅 수는 30개로 10배가 늘었다. 경다슬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2개의 슛을 기록했다.
그는 "0-64로 지고 난 후에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며 "선수들끼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른 시간에 진행된 경기임에도 이날 관중석에는 빈 곳이 많지 않았다.
여자수구 대표팀의 가족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가장 앞자리에 앉아 딸들의 건투를 빌었다.
경다슬은 "골을 넣고 관중석을 봤는데 엄마가 좋아서 막 뛰는 게 보였다"며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번 골은 나 혼자 잘해서 나온 게 아니라 팀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며 "남은 경기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러시아전에서 처음으로 골대를 맞히는 슛을 기록한 라이언하나 윤(15·서현중)은 "이번 골은 수구 초심자인 우리에게 엄청난 의미"라며 "남은 경기에서는 더 많은 골과 더 적은 실점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의 홍인기 코치는 "대표팀 모두가 개인종목인 경영을 하던 선수들인데, 처음 하는 단체종목임에도 똘똘 뭉쳐 잘하고 있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18일 캐나다를 상대로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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