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상장 중국기업들, 무역전쟁 최전선에 내몰린다"

입력 2019-07-16 12:45   수정 2019-07-16 13:49

"美증시 상장 중국기업들, 무역전쟁 최전선에 내몰린다"
미 의원들, 中기업 불투명한 회계 관행 등 비판하며 규제 추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4개 중국기업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92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는 2017년의 두 배를 넘는 규모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이치이' 등 4개 기업은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각각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1조2천억 달러(약 1천40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중국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는 중국기업의 회계 관행과 '관시'(關係)로 불리는 연줄 중시 문화 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드러나지 않는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7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중국 자산운용사 주파이홀딩스는 당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금융시장에 접근할 좋은 기회로 여겨져 미국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상장 2년 만에 주파이홀딩스는 미국 비디오 스트리밍 기업인 나인스폿으로부터 사기와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주파이가 나인스폿에 투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더구나 중국 내에서도 주파이는 사기성 금융 상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에게서 고소를 당했다.
결국, 주파이의 주가는 급락해 최근 2년여 사이에 90% 이상 하락했다. 이로 인해 미국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거의 9억 달러(약 1조1천억원)에 달한다.
미국 상장회사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따르면 미국 증권 당국에 의한 회계장부 검토를 거부한 외국 기업 224곳 중 중국 본토와 홍콩에 기반을 둔 기업이 95%에 달한다.
여기에는 시노펙(SINOPEC·中國石化), 차이나모바일, JD닷컴 등 시가총액이 수백억 달러에 이른 기업들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PCAOB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마코 루비오(공화), 밥 메넨데스(민주) 등 양당 상원의원들이 회계장부의 공개와 투명성 의무를 거부하는 중국기업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들은 글로벌 증시 지수를 대표하는 MSCI와 FTSE러셀이 신흥국 지수에서 중국 본토 기업의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루비오 의원은 MSCI에 보낸 편지에서 "중국의 권위주의 정부가 미국과 국제 자본시장을 이용해 이익을 거두는 것을 더는 허용할 수 없다"며 "중국기업들은 재무 공개와 기본적인 투명성을 거부하면서 미국 투자자들과 연기금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신흥국 지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하며, MSCI 등이 중국의 비중을 확대할 경우 그 비중은 34%까지 커질 전망이다.
SCMP는 "무역전쟁 발발 후 1년이 지난 가운데 월스트리트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에서 최전선으로 떠올랐다"며 "부정한 관행과 투명성 문제가 중국의 법치주의 부재에 대한 미국의 오랜 공포를 건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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