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425명 실태조사…"기획료·결방 시 임금 보장 안 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작가들이 일하고도 임금을 못 받는 사례가 적지 않고, 이런 탓에 적금을 깨거나 대출까지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유니온)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방송작가 유노동 무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5일까지 방송작가 452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방송계 대표적인 무임금 노동 사례로 알려진 기획료와 결방 시 임금 미지급 실태에 초점을 맞췄다.
조사 결과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기획료를 받았다는 작가는 절반에 못 미쳤고(46.5%), 일하고도 이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37.6%에 달했다.
기획료 액수는 기존 원고료의 50%를 받았다는 답변이 46%로 가장 많았고 70%를 받은 사람은 16.5%였다. 본래 받는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획료를 받았다는 답도 31.8%에 달했다.
기획단계에서 하는 일의 양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업무 강도가 평소 프로그램을 제작했을 때와 같았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5.6%로 가장 많았고 70% 정도라는 응답이 26%로 뒤를 이었다. 특히 기획 기간에는 수많은 기획 회의와 출연자 선정, 자료조사와 섭외 등 고강도 업무가 많다는 게 작가들 주장이다.
방송작가 유니온은 방송계 대표적 악습인 결방 시 임금 미지급 사례는 더욱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결방 시 임금을 아예 못 받은 경우는 80.8%에 달했고, 무응답을 제외한 받았다는 답변은 8.8%에 불과했다. 임금을 받은 경우에도 100%를 지급받은 작가는 37.7%에 그쳤고, 절반만 받은 경우가 14.5%, 절반도 못 받은 경우가 18.8%였다.
이런 탓에 새 프로그램에 들어갈 때마다 수익이 없어 적금을 깨거나 대출받는 작가가 많다고 방송작가유니온은 밝혔다.
작가들은 기획료와 결방 시 가장 큰 임금 미지급 원인으로 '방송이 송출돼야만 방송 작가료가 지급되는 시스템'(73.2%)을 꼽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방송 작가들과 협의를 통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70.4%)이었다. 방송 작가 집필 표준 계약서 등에 기획료와 불방/결방 시 임금 지급 조항 등을 담아야 한다(60%)는 의견도 많았다.
이미지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방송사는 이제라도 적어도 일한 대가는 제대로 지불하는 방송 제작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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