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외법권' 영국대사관서 LG홈브루 시음회…"매장에선 맛 못봐"

입력 2019-07-16 14:48  

'치외법권' 영국대사관서 LG홈브루 시음회…"매장에선 맛 못봐"
송대현 사장 "까다로운 주류규제가 걸림돌…맛 못 보여 아쉬워"
"맥주 30t 버려가며 개발"…시음회 최고 인기 맥주는 '스타우트'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이곳이 치외법권 지역이어서 맥주 맛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LG전자[066570]가 18일 수제맥주 제조기 'LG홈브루'를 공식 출시하면서 홈브루가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디어 대상 시음행사를 연 곳은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 안이었다. 행사에는 LG전자 생활가전사업본부 송대현 사장, 주한 영국대사관 닉 메타 부대사 등이 참석했다.
송대현 사장은 이날 '왜 대사관에서 출시행사를 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사관 내에서는 한국 주세법 적용이 안 된다"면서 "치외법권이어서 (맥주) 맛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 판매 면허 없이는 맥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시음회'를 진행할 수 없어 국내법 적용이 안 되는 외국 대사관에서 행사를 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하드웨어 회사여서 맥주라는 음료를 판매할 수가 없다"면서 "맛을 보여주지 못하고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부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LG홈브루를 판매하는 대형마트나 베스트샵 등 매장에서 LG홈브루로 제조된 맥주를 직접 마셔볼 수는 없다.
다만 송 사장은 "영상이나 소개 자료로 왜 맛있는지 과정을 설명하고 이론적인 부분을 안내하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것만 듣고 이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LG홈브루는 캡슐 패키지와 물을 넣으면 맥주의 발효부터 숙성, 보관까지 가능한 제품이다.
인디아 페일에일(IPA), 페일에일, 스타우트, 위트, 필스너 등 5종의 캡슐 패키지로 맥주 약 5ℓ를 2∼3주 만에 제조해 마실 수 있다.
시음회 '인기투표'에서 가장 득표수가 많았던 맥주는 흑맥주인 스타우트였다.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향과 맛에 현장 반응이 가장 좋았다.
고급스러운 빛깔의 맥주로 캔맥주에 비해 깔끔한 목 넘김이 특징이었고, 같은 색을 띠는 커피와 비슷한 향도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라거맥주 필스너는 특유의 청량한 느낌이 더욱 강조됐고, 밀맥주 위트는 신맛이 다소 셌다는 평이 있었다.
IPA와 페일에일은 진한 과일 향이 한층 더 강해져 스타우트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다. 다만 꽃 향과 같은 인위적인 향이 병맥주에 담긴 에일보다 강했다.
캔맥주가 따는 맛이 있다면 홈브루 맥주는 뽑는 맛이 있었다. 구멍이 작게 나 있는 캔맥주나 병맥주보다 향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강조된 건 신선도였다. 술집이나 마트에 판매되는 맥주와 달리 소량을 뽑아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시원한 맥주를 원하는 만큼 조금씩 먹을 수 있다.
500ℓ씩 시켜야 하는 술집에서 금세 찬기가 가셔버리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겐 솔깃할 만한 장점이다.

현장에 있던 LG전자 관계자는 "갓 지은 밥과 누렇게 뜬 밥을 먹어보면 완전히 다르지 않냐"며 "차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양조장 굴뚝 밑에서 갓 내린 맥주는 캔에 든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4년 전 아이디어 출품 이후 30t 넘는 맥주를 버려가며 맥주 원료 패키지를 개발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LG홈브루 전면 디스플레이에는 맥주 종류와 함께 보관 기간이 표시된다. 보관 기간의 제한은 없으나 일주일 안에 마셔야 최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 현장에서는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다", "한 종류의 맥주 5ℓ를 다 마셔야만 다른 종류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아쉽다", "크기가 너무 커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맞는 제품이다" 등 평가가 나왔다.
시음회를 위해 준비된 5ℓ 용량의 LG홈브루 10여대는 1시간도 안 돼 동났다.
이날 송 사장이 강조한 주요 타깃은 '맥주 마니아'였다.
수제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맥주를 제조할 땐 통상 3∼4주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번 제품이 그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송 사장은 "맥주가 익기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제품일 것"이라며 "나만의 맥주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 분들이 선호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B2B 사업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용량도 얼마 안 되고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예민한 제품이라 B2B는 승산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40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대에 대한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었고, 연구개발이나 설비 비용 등이 많이 들어 가격이 그렇게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송 사장은 "맥주는 글로벌로 선호하는 술"이라며 "시장이 가장 큰 미국 시장에서 연구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미국 시장이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의 경우 가정에서 주류를 제조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LG전자가 일본 시장에서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관계 악화의 영향을 받고 있냐는 질문엔 "현재까진 큰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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