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폐쇄적 이민정책에 비판과 공감이 공존하는 사회'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미국 정계에 파문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트윗은 미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CNN방송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인종차별 트윗에는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진실이 담겨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의 트윗은 미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며 "두 개의 미국은 오랜 기간 공존해 왔다"고 진단했다.
CNN은 두 개의 미국에 관해 "하나는 자유의 여신상과 자유롭게 숨쉬기를 열망하는 가난하고 지친 이민자를 초대하는 것으로 상징되는 국가"이고 "다른 하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사실상 말살하고,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만들고, 19세기에 중국인 이민자를 배척하고,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수용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트윗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소수자를 억압하고 차별을 반복한 것이 미국의 역사이며 현실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민주당 소속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해 "민주당 '진보파' 여성의원들을 지켜보는 게 참 흥미롭다"면서 "이들은 정부가 완전히 재앙이고 최악이고 가장 부패했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라고 트위터로 비난했다.
또 "그들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미국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목소리를 높여 사납게 말한다"면서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비꼬았다.
CNN은 미국은 대통령이 여성 의원들에게 인종차별 트윗을 올리면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침묵하는 나라이고, 아프리카·아이티·엘살바도르 이민자가 "거지소굴" 같은 나라에서 왔다는 대통령 발언에 항의하는 시민과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공존한다고 미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최근 논란을 부른 이민 정책을 놓고서도 '하나의 미국'은 당국자가 어머니의 품에서 이민자 아이를 낚아채 몇 주 동안 더러운 환경에 구금하는 것에 사람들이 분노하지만 '다른 미국'은 침묵한다고 CNN은 꼬집었다.
어떤 이들은 미국이 '멜팅팟'(Melting Pot·용광로) 이라는 개념 위에 건설됐고 이민자들이 미국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지만, 역으로 "트럼프의 최근 트윗은 그가 이런 비판자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미국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가 소수자를 겨냥해 쓴 것과 같은 언어를 지도자가 사용하면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크게 이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매우 두렵다"고 강조했다.
CNN은 최근 미국 상황이 제2의 남북전쟁이 임박한 것과 같다는 분석도 소개하며 미국인들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규정했다.
CNN은 "우리는 이민자를 환영하고 종교적인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나라인 동시에 이민 아동을 철장에 넣고서 우리 대통령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할 때 어깨를 으쓱하는(shrug) 나라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학자가 말한 인정 있는 다종교·다인종 민주주의를 이루거나 다른 학자가 말한 하나의 민족 집단이 나머지를 지배하는 '속 빈' 민주주의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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