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로는 목적 달성 못해"…가스 시추는 "키프로스 주권 침해" 비판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터키의 키프로스 연안 가스 시추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와 관련, 러시아가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16일(현지시간) 자국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EU가 터키에 가한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루슈코 차관은 "일방적 제재는 국제법과 유엔 안보리 규정을 위배한다"라며 "제재는 분쟁 당사자의 입장 극단화를 초래할 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해결되지 않은 분쟁에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터키의 자원 시추 작업과 같은 키프로스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도 용인할 수 없다며 중립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앞서 러시아는 터키가 키프로스 연안에 가스 탐사를 위한 시추선을 파견한 것에 대해서도 동지중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키프로스 주권 침해는 키프로스 문제의 공정한 해결 여건 조성에 이바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키르로스공화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키프로스 문제는 유엔 안보리가 주도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그리스계 주민이 대다수인 키프로스공화국과 튀르크계 주민이 대부분인 북키프로스 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으로 분단돼 갈등을 겪고 있다.
국제법적으로는 키프로스공화국만 정식 국가로 인정받는다.
키프로스 연안 대륙붕에는 2천270억㎡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터키는 지난 5월 시추선 '파티흐'를 파견해 키프로스 연안 대륙붕에서 천연가스 탐사를 위한 시추를 시작했고, 이달 초 시추선 '야우즈'를 추가로 투입했다.
이에 키프로스공화국은 터키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는 등 국제법을 어겼다고 규탄했지만, 터키는 자국이 지원하는 북키프로스도 키프로스 해역의 자원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시추 작업을 강행했다.
이후 EU와 그리스는 터키의 시추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재를 경고해 왔으며, 결국 15일 EU 외교장관이 불법 시추 활동을 이유로 터키에 대한 제재를 결의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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