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통상전략 2020' 보고서 "中 수입규제 가능성도 대비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의 경제 특성을 미국이 계속 문제삼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상수(常數)로 두고 통상전략을 짜야 한다고 한국무역협회가 17일 제언했다.
무협은 이날 발표한 32쪽 분량의 '통상전략 2020' 보고서에서 "미중간에 일정 수준의 합의가 되더라도 갈등은 장기화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문제 제기에도 공산당 주도로 국가경제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중국주식회사' 구조가 단기간에 바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미국은 앞으로 중국이 제3국 우회, 또는 직접 투자를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흐름을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미국이 한국을 중국의 우회 수출지로 인식하는 부정적 시각을 바꾸기 위해 미국 조야, 싱크탱크 등 전방위로 아웃리치(대외접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산업의 경우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가 지속할 경우 중국산 제품과 투자가 한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경우 한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지로 인식되는 것은 물론 사안에 따라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중국 칭산(靑山) 강철그룹이 국내 기업과 공동투자로 스테인리스 냉연 제조공장을 설립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이후 국내 철강업계 등은 이 같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자체 차원에서는 투자의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도 최근 국제 추세에 맞춰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심각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따라 한중 교역모델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그간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한 후 완제품을 제3국으로 수출하는 모델을 활용해왔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가치사슬 체계를 바꿀 경우 한국 수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중간 유사한 수출구조 때문에 미국이 중국산과 한국산에 대해 수입규제를 동시에 부과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중국이 첨단산업 육성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따라 철강 등 산업의 자급률이 상승하면서 거꾸로 중국이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 조치를 늘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무역구제조치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당장 수요 대체가 힘든 일본의 고급 중간재보다는, 기술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을 대상으로 할 확률이 높다"며 앞으로 중국발 무역구제 조치를 예의 주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입장에선 중국내 산업 수요가 늘어날 고급 중간재 수출로 전환하는 동시에 반도체 등 분야에서 중국 이외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통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G2 집중화 해소는 곧 시장 다변화를 의미한다"면서 "시장 다변화의 대안으로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신(新)남방 국가도 성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도처에 숨어있기 때문에 진출에 앞서 통상 리스크 요인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보고서 발간과 함께 세미나를 개최한 무협 통상지원단은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해 통상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해 하반기에 '통상정보전략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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