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유색인종에 대한 공포·증오 정당화 말라"
찬성 240 vs 반대 187로 민주·공화 극명히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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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명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하원이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40표, 반대 187표로 통과시켰다.
하원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원들에 더해 공화당에서 윌 허드(텍사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수전 브룩스(인디애나), 프레드 업턴(미시간) 등 4명의 의원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에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자(new Americans)와 유색인종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들을 강하게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민주당 초선 여성의원 4명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공격대상이 된 하원의원 4명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로 모두 이민자 자손이거나 난민 1·2세대, 흑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이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노골적 막말을 퍼부었다.
엄연한 미국 시민권자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들을 '너희는 미국인이 아니니 부패하고 무능한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공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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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사자와 민주당이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급진적 좌파 여성 하원의원들은 언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인, 그리고 대통령실에 사과하려는가"라면서 오히려 공격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도 각료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그들(민주당 여성 초선의원들)은 우리나라를 싫어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이날 하원의 결의안 표결은 민주, 공화 양당의 분열을 그대로 드러냈다.
애초 이민자 단속기관 예산지원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해당 여성의원들과 갈등을 빚었던 민주당 지도부는 내분을 멈추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규탄 결의안 채택에 앞서 "백악관에서 나온 이런 발언들은 수치스럽다. 이런 발언들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비록 이날 표결에서 4명의 이탈표가 나오긴 했지만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표결에 동참하는 것은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특히 공화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이번 결의안 표결 추진을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몰아붙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이 '인종차별'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종차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대 자유주의에 관한 것"이라며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결의안 표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논쟁적 화법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선거를 의식해 결국 '침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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