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 트라우마' 日아베, 거리유세 야유 막으려 당원 동원

입력 2019-07-17 11:45   수정 2019-07-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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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 트라우마' 日아베, 거리유세 야유 막으려 당원 동원
2년전 야유 청중 직접 비난했다가 역풍…이번엔 유세일정 비공개
경찰, 아베 연설 중 "그만두라" 구호 외친 유권자 격리하기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번에는 여당인 자민당이 아베 총리에 대한 야유를 막기 위해 유세에 당원을 동원해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21일) 전 마지막 선거운동일인 20일 아베 총리의 거리유세 장소를 도쿄 번화가인 아키하바라(秋葉原)로 정했다.
이에 자민당 도쿄도련(東京都連·도쿄도당)은 16일 당원들에게 '동원 요청'을 공지했다.
공지된 글에는 "당 운동원의 대규모 동원으로 선거방해의 조직적인 야유에 지지 않고 계속 (지지를) 호소하는 아베 총재에 성원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적혔다.
자민당이 이례적으로 당원까지 동원하면서 아베 총리의 아키하바라 유세에 신경을 쓰는 것은 아베 총리가 지난 2017년 도쿄도의회 선거전 당시 이곳에서 자신에게 야유하는 유권자들에게 직접 비난을 퍼부었다가 역풍을 맞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중들이 "물러나라"고 외치자 아베 총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는 없다"고 받아쳤고, 이로 인해 '오만한 아베'라는 이미지가 퍼져 자민당의 선거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
아베 총리에게 아키하바라는 이런 나쁜 기억이 있는 곳이지만, 이곳은 자민당이 민주당에서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중의원 선거 때 아베 총리가 마지막 유세를 했던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유세 장소로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운동 기간 청중들의 기습 시위를 피하기 위해 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민당은 "현장에서 청중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반(反)아베 시위대'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운동 기간 아베 총리가 청중들로부터 '그만두라'는 야유를 받으며 봉변을 당하는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도쿄도(東京都) 나카노(中野)구 JR 나카노역 앞에서 자민당 후보 지원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가 일부 청중으로부터 "그만둬라" 등의 야유를 받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15일에는 아베 총리가 연설할 때 야유를 퍼붓던 유권자가 경찰에 의해 한때 격리되는 일도 발생했다.


아베 총리가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시에서 거리 유세를 할 때 한 시민이 "아베, 그만둬라. 돌아가라"고 외쳤는데, 사복 경찰 5~6명이 달려들어 연설 장소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 시민을 이동시켰다. 같은 유세 중에 "증세 반대"를 외친 여성 유권자가 마찬가지로 경찰에 의해 강제로 이동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마쓰미야 다카아키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경찰의 행동은 형법 상 '특별공무원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이날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유세 일정 비공개와 아베 총리가 야당의 당명을 잘못 말했음에도 사과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집권당의 도량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이 의석의 과반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립여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세력이 개헌 발의선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할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니가타(新潟)현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서는 '아버지도 애인에게 권해서, 어머님도 옛날 연인을 찾아내서 투표소에 데려가라'는 말로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일본 정계에서는 투표율이 올라가면 조직력이 강한 자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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