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한국인 37명 무더기 송환

말레이시아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한국인 37명 무더기 송환
한·말레이 경찰 합동작전…최대규모 해외검거 도박사이트 조직원 송환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사무실을 차리고 수천억원대 판돈이 걸린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 37명이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경찰청은 쿠알라룸푸르에서 검거된 도박사이트 해외총책 이모(41) 씨와 노모(38) 씨 등 2개 조직 조직원 37명을 9∼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송환은 외국에서 검거된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원 송환 중 최대 규모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 9명은 2015년 3월부터 쿠알라룸푸르에서 3천840억원 상당의 판돈이 오간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19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함께 송환된 노씨 등 28명은 2017년 4월께부터 다수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검거 작전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2019 국제 사이버범죄대응 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경찰청은 심포지엄에 참가한 말레이시아 경찰 대표단에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원들을 추적할 단서를 제공하고 검거를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말레이시아 경찰은 조직원들의 은신처를 발견했고 한국 경찰청에 합동 검거 작전을 제안했다.
경찰청은 외사국과 사이버안전국 수사관들로 구성된 공동조사팀을 지난달 20∼30일 말레이시아에 파견했다.
조사팀은 파견 기간 현지 경찰 50명과 함께 합동 작전을 펼쳐 조직원 37명을 검거하고 컴퓨터와 대포폰 수십여대를 압수했다.
하지만 송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송환 대상자가 무려 37명에 달하고 한국 직항 국적기가 하루 1편에 불과한 점, 국적기 1대에 피의자가 2명밖에 탑승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했다.
이에 경찰은 현지 당국과 협의 끝에 총책 등 혐의가 무거운 주요 피의자 6명은 한국 경찰관이 한국 국적기를 통해 호송하기로 했다.
나머지 31명은 현지 경찰 통제 아래 매일 2편씩 운항하는 말레이시아 항공편에 탑승 시켜 강제추방하면, 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한국 경찰이 검거하는 식으로 송환이 이뤄졌다. 이들은 수사 관서인 서울 광진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인계됐다.
이런 식으로 경찰청과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 현지 경찰의 긴밀한 협조로 9일만에 37명 피의자 전원을 한국으로 송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현지 경찰의 협조로 검거 당시 확보한 컴퓨터 25대와 휴대전화 40여대 등 모든 증거물을 인계받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조직원들이 챙긴 부당이득 규모를 특정하고 구체적인 혐의를 밝힐 방침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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