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하강에 물가는 목표치 크게 미달…日규제도 영향미친 듯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낮춘 것은 시장의 예상보다 한발 앞선 행보다.
수출, 투자가 계속 부진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통화당국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먼저 대응하는 게 경제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늦더라도 내달 30일 예정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출 것이란 예상에는 시장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
7월 인하냐, 8월 인하냐 시기의 결정만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었다.
다수의 전문가는 미국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이후 금리 행보를 결정해오던 과거 한은의 행보를 참작할 때 7월보다는 8월 인하에 무게를 뒀다.
한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2.5∼2.6%로 더 떨어졌다" / 연합뉴스 (Yonhapnews)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8일 104개 기관의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해 '8월 인하론'에 무게를 뒀다. 이달 인하를 전망한 비율은 30%였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7월 인하 메시지를 던진 만큼 굳이 연준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 경기상황에선 한발이라도 빨리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경제지표와 목표치 대비 크게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인하 시기를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례적 요인 탓에 부진했으며 2분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2분기 경기가 애초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반도체 부진에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째 마이너스(-)였다. 7월 1∼10일 수출도 한해 전보다 2.6% 감소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오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당초 전망(전년 동기 대비 1.1%)보다 낮은 0%대 상승률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전년 동기 대비 2.0%다.
결국 부진한 경기와 목표 대비 낮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지 8개월 만에 금리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도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슈로 한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낸 보고서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하반기 내내 지속하고 반도체 이외의 산업으로도 수출규제가 확대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등 여러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미룰 명분이 약해졌다는 게 이 연구원의 평가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규제가 당장 가시적으로 성장률을 내리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더라도 대외 불안 요인으로는 작용할 수 있다"며 "한은으로선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인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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