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대만·일대일로 문제 등 민감 현안 트위터로 적극 설명
전문가 "광범위한 청중에 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방법"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외교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트위터를 활용한 외교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의 외교관들이 트럼프식 트위터 외교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는 중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중국의 외교관들은 자국에 대한 비판에 보다 직접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트위터를 외교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국 외교관들은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내 '재교육 수용소',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대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트위터를 활용해 자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 초 자오리젠(趙立堅) 파키스탄 주재 대리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서방 세계의 비판 표적으로 떠오른 신장 위구르 문제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자오 대리 대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내 '재교육 수용소'를 비판하는 미국을 겨냥해 인종차별 문제를 비롯한 미국 내 각종 사회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만일 당신이 워싱턴 D.C에 있다면, 백인이 왜 남서지역에 가지 않는지 알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흑인과 라틴계 지역이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그는 "미국 내 인종주의는 식민지 시대부터 존재한다. 인종적 계층화는 고용, 가정, 교육, 임대, 정부 면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오 대리 대사의 트윗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인종적 수치"라면서 자오 대사의 본국 소환을 촉구하는 리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자오 대리 대사는 논란이 일자 문제의 트윗 글을 삭제했으나 미국 내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계속 올렸다.
자오 대리 대사는 19만2천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중국의 대표적인 트위터 선구자다.
그는 2010년부터 트위터를 사용했으며, 외교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중국의 외교관들은 논쟁적이고 껄끄러운 주제를 다룰 때 트위터를 즐겨 활용한다.
장리중 몰디브 주재 중국 대사는 최근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을 직격하는 트윗을 했다.
장 대사는 현재 국회의장인 나시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해 '빛 올가미 외교'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반박 댓글을 단 것이다.
장 대사는 리트윗 글에서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증명되지 않고, 대중을 오도하는 정보들"이라면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이성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카리브해 4개국 순방 길에 미국을 경유하자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추이 대사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다.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면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자신이 불에 탈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차이 총통을 수행 중인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대만 외교부 트위터에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추이 대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미국 국가의 가사를 인용해 "자유의 땅과 용자들의 고향에서(in the land of the free and home of the brave), 자유의 지배는 괜찮다"면서 "하지만 추이 대사에게는 그것이 없다"고 직격했다.
중국 외교관들이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 트위터를 활용한 설전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시안자오퉁-리버풀 대학의 문화 외교 전문가인 알렉산드라 카펠레티 교수는 "이것은 중국 외교 행위자들이 채택한 새로운 소통 전략"이라고 말했다.
카펠레티 교수는 "그들은 가능한 광범위한 청중에게 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이러한 수단(트윗)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당과 정부 간부들에게 "중국의 이야기를 잘 알리라"고 주문함에 따라 중국 외교관들의 트위터를 활용한 외교전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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