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아일랜드 사이에서 정치·종교 갈등 심했던 북아일랜드
같은 북아일랜드 출신 캐디와 대동해 우승 후보 0순위로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18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제148회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스포츠의 힘을 강조했다.
올해 디오픈이 열리는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은 매킬로이가 태어난 곳인 북아일랜드 홀리우드에서 약 100㎞ 떨어진 가까운 곳이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가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것은 1951년 이후 올해가 68년 만이다.
북아일랜드 신문인 벨파스트 텔레그래프는 18일 매킬로이가 "이번 대회는 북아일랜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스포츠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엄청난 힘을 지녔다. 북아일랜드는 그런 점이 필요했고 이 대회는 그럴 능력을 갖춘 큰 이벤트"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아일랜드는 지리적으로는 아일랜드에 더 가깝지만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함께 영국에 속한 지역이다.
그만큼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서 정치, 종교적인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1989년생인 그는 "어릴 때는 왜 이 나라가 정치, 종교적인 갈등이 늘 있는지 잘 모르고 자랐다"고 털어놓으며 "30∼40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누구도 어디 출신인지 따지지 않고 다 같이 어울려 지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벨파스트 텔레그래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매킬로이가 어느 나라 국가대표로 나갈 것인지 고민했던 상황을 되짚었다.
매킬로이는 영국 또는 아일랜드 대표로 나갈 수 있었는데 그는 최종적으로 아일랜드 대표를 선택했다.
벨파스트 텔레그래프는 "이 결정은 많은 사람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매킬로이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을 이유로 올림픽에 불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아일랜드 국가대표로 나갈 예정인 매킬로이는 "4년 전 상황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주위에 많은 의견을 물었는데 결국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매킬로이는 아일랜드 국가대표로 올림픽을 준비하지만 이번 대회를 전하는 아일랜드 언론의 기사 내용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신문사인 인디펜던트나 아이리시 타임스 등은 하나같이 이번 대회 명칭을 '브리티시오픈'이라고 적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대회는 '디 오픈(The OPEN)'과 '브리티시 오픈'의 두 가지 명칭으로 흔히 불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오픈 대회라는 자부심을 담은 대회 공식 명칭이 '디오픈 챔피언십'이다.
흔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매체들이 다른 대회와 구분을 위해 '브리티시오픈'이라고 표기하지만 유럽에서는 '디오픈'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에서는 '브리티시오픈'이라는 호칭을 존경의 뜻이 결여된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영국과 '앙숙'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매체들은 '브리티시오픈'을 주로 쓰는 셈이다.
한편 매킬로이는 이 대회장에서 2005년에 61타를 친 경험이 있고, 그의 캐디이자 친구인 해리 다이아몬드 역시 북아일랜드 출신이다.
역시 선수 출신인 다이아몬드도 북아일랜드에서 자라면서 이 코스에서 여러 번 경기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다.
외국 스포츠 베팅업체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우승 배당률이 매킬로이가 8/1로 가장 낮고 브룩스 켑카(미국) 10/1, 욘 람(스페인) 14/1 순이고 그 뒤를 이어 더스틴 존슨(미국) 18/1, 타이거 우즈(미국)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의 20/1 순이라는 것이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우승 확률은 크다는 의미다.
올해 디오픈은 한국 시간으로 18일 오후 2시 35분에 1라운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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