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사망 교통사고 한 푼도 보상 無…'정의 실종'에 태국 시끌

입력 2019-07-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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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사망 교통사고 한 푼도 보상 無…'정의 실종'에 태국 시끌
무면허 부유층 10대 당시 집행유예 판결로 '유전무죄' 상징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무면허 운전으로 9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징역형을 면해 태국 내 '유전무죄' 논란의 상징이 된 한 부유층 여성이 피해자 가족에게 사고 후 9년간 한 푼의 보상금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넷 매체 카오솟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최근 피해자들 유가족의 언론 인터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2월 당시 16살이던 오라촌 '쁘래와'는 운전면허도 없이 차를 몰고 가다 승합차의 뒤를 들이받아 차에 타고 있던 탐마삿대 학생과 직원 등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쁘래와는 당시 난폭운전, 무면허 운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은 유예됐다. 석방조건으로 겨우 4년간 매년 48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 가족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8일 대법원은 원고 28명에게 4천 바트에서 180만 바트까지 총 2천600만 바트(약 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결정이 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보상금 지급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러자 사고로 숨진 네 명의 부모들은 지난 15일 타이랏TV에 출연, 지난 9년간 한 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부모는 "가해자 측 변호인들이 '돈을 원하는 거예요? 그럼 계속 (법정에서) 싸우세요'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숨진 뒤 화환을 만들며 생계를 꾸려가는 한 부모는 "보상금 지급을 거절하면 재산 추적이라는 또 한 번의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내가 이 사건이 끝날 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사고 당시 다친 와룬유 껫추라는 피해자가 SNS에 "변호사는 쁘래와가 이 나라에 좋은 일을 해 온 '테파사딘 나 아유타야 집안' 출신이라며 최대한 보상금을 많이 깎으려고 했다. 시장에서 생선이나 야챗값을 흥정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쁘래와가 사고 당시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진 자신의 차 옆에서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는 사진은 부유하고 힘센 이들에게만 따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는 태국 사법제도의 관대함을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이 사건 이후 교통사고를 내 경찰관이나 학생을 숨지게 한 유명 배우나 사업가 그리고 재벌가 2세 등이 징역형을 면하거나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태국에서도 '유전무죄'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3월에는 사냥이 금지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보호 대상 종을 밀렵한 혐의로 기소된 태국 건설업계 거물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사법 당국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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