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 내 한 위구르족 모자(母子)의 호주행을 둘러싸고 호주와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주재 호주 대사관 측은 전날 중국 정부에 이들 모자의 출국을 허락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위구르계 호주 국적자 사담 아부두살라무(Sadam Abudusalamu)는 15일 ABC의 '사거리(Four Corners)'라는 프로그램에 출연, 신장에서 위구르족 등에 대한 박해가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아내와 2살 된 아들이 신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호주행을 위해 호주 정부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아내는 방송이 나간 후 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그의 아내는 호주 시민권자가 아니라 영사 조력을 제공할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도 "중국 주재 호주 대사관이 중국 당국에 이들 모자의 호주행을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ABC는 그의 아들은 호주 시민권자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호주 주재 중국대사관은 '사거리' 프로그램 방영 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거짓과 왜곡, 편견으로 가득하다"면서 "근거 없는 정보 등을 대충 짜 맞춘 선택적인 보도"라고 비판했다.
중국대사관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중국에 대해 완전 무지한 게 분명하다. 법치를 완전히 무시했고 신장 사람들의 행복에 냉담했다"면서 "매우 전문가답지 못하고 비윤리적인 제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테러와 종교적 극단주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가 중국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신장 내 재교육 수용소에 위구르족 등 이슬람교도 약 100만 명이 수용돼있고, 공산당에 대한 충성 등과 관련된 '재교육'을 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은 이 시설이 '직업교육 훈련센터'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앞서 호주를 포함한 제네바 유엔본부 주재 22개국 대사들은 10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 의장 앞으로 중국 정부에 신장 내 재교육 수용소 철폐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국가들이 근거 없이 중국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모욕하며 중국의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37개 국가가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신장 인권 상황을 지지하며 중국에 힘을 싣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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