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출 보고서처럼 직설적…"옐친, 클린턴 전화 1시간 30분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목소리는 크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오해 탓에 클린턴 대통령과의 통화를 위해 1시간 30분을 기다렸으나 끝내 통화는 못 했다."
최근 주미 영국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혹평한 이메일 보고서가 유출돼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1994년 존 메이저 영국 총리 시절, 이처럼 다른 주요국 정상들을 느낀 그대로 평가한 영국의 외교전문들이 최근 기밀 해제되면서 공개됐다.
18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시 주미 영국대사관이 본부로 보내온 전문에는 클린턴 대통령 개인과 그의 외교정책을 직설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1993년 1월 취임한 클린턴 대통령이 외교에 취약하며 언론 보도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에는 "(클린턴) 대통령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과 쉴 새 없이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면서도 그러나 언론 보도에 매우 민감해 "마지막 가능한 순간까지 결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써 있다.
또 "클린턴은 외교문제에 관심이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 본능적인 감각이 매우 결여돼 있다. 부드럽게 말하고 강압적인 대신에, 큰 소리로 말하고 이후 행동하지 도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클린턴은 영국 언론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관심이 많았다. 당시 그의 아내 힐러리는 매우 지적이고 의욕적이며, 두말할 것도 없이 클린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로 묘사됐다.
클린턴은 당시 아칸소주 공무원 출신의 폴라 존스가 제기한 성희롱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는데, 클린턴이 법정에서 증언할 수도 있으리라는 주장에 백악관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전문에는 당시 미국과 러시아 측의 오해로 옐친 대통령이 장시간 클린턴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린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전문에는 "명백히 러시아인들은 미국 측의 사전 의사 타진들을 잘못 이해했고, 옐친을 (전화에) 매달려 있게 했다"며 끝내 클린턴이 나오지 않았고 "옐친은 1시간 30분을 기다린 뒤 분개한 상태로 포기했다"라고 써 있다.
이 일로 인해 옐친은 이후 다음 이틀 동안 클린턴의 전화를 거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남아공 대사관이 보고해온 전문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남아공 방문 중 겪은 어색한 순간도 들어있었다.
국빈만찬이 진행되던 중 미테랑 대통령이 사전 준비 없이 장황한 연설을 하느라 시간이 길어졌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막 수프가 나오던 밤 10시께 만찬장을 떠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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