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초당적 대응' 첫 발…추경 등 '각론' 이견해소 관건

입력 2019-07-18 23:10  

文대통령 '초당적 대응' 첫 발…추경 등 '각론' 이견해소 관건
비상협력기구 한목소리 제안…추경안에는 끝내 의견 못좁혀
文대통령 "위안부 합의 잘못" 지적도…'피해자 중심' 원칙 제시
'1+1안' 등 징용배상해법·대일특사 등 방법론 견해차…의견 모아갈까
소주성·안보라인 문책 등 여전히 이견…원내 중심으로 해법 모색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대책을 두고 3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이 "전례없는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할 만큼 중대한 국면을 맞은 가운데, 그동안 의견 대립만 되풀이했던 여야가 당파적 이해를 뛰어넘어 초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징용배상 문제 해법이나 대일특사 파견 등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드러내면서 추후 어떻게 의견을 좁혀갈지가 숙제로 남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수출규제 사태 대책 논의와 함께 이날 회동의 '양대 과제'로 제시한 추경안의 경우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이나 인사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야간 대립각이 노출돼 향후 원내 협상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봉합하느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 한목소리로 '비상협력기구 설치'…초당적 대응 발판되나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예정보다 1시간이나 긴 약 3시간에 걸쳐 회동했다.
애초 합의문이나 공동 발표문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으나,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긴 논의 끝에 수출규제 대책을 중심으로 하는 발표문을 내놨다.
여기에는 그만큼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에 맞서 정치권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표문 내에 포함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한 비상협력기구 설치'의 경우, 문 대통령은 물론 5명의 여야 대표가 모두 한 목소리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와 당이 함께하는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문 대통령과 5당 대표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한 뒤, '여야 5당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인가'라는 물음에 "당연하다"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비상협력기구를 통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상시소통채널 구축이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 대응 체계 구축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날 회동이 향후 정치권이 '일치단결'해 사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정말 함께 둘러앉으니 참 좋다"며 "국민께서도 걱정되는 시기에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지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추경안은 끝내 의견 못좁혀…안보라인 문책·소주성 이견도 여전
이처럼 대일 협력대응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것과 대조적으로, 문 대통령이 '2대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추경안에 대해서는 이날 끝내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나 여당은 추경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황 대표 등 한국당에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동발표문에 핵심 소재·부품·장비산업 지원대책을 강구한다는 내용을 담으려 했는데, (한국당에서는) 예산이 따르는 문제며 추경을 강제한다는 취지로 따를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최종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표현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 역시 "그 부분을 발표문에서 빼자고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추경안이 합의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고 회동 참석자들이 전했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추경을 공동발표문에 넣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그러나 저는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추경논의에 대해서는 원내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
아울러 이날 회동에서는 황 대표가 안보라인 문책 및 경질 요구를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의견접근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제출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 역시 원내 협상으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여야 간 입장차가 드러났으나 서로의 거리를 눈에 띄게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예로 들어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해야 한다는 공세가 있었으나,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만이 아니다. 의료비 경감 정책 등으로 지출을 줄이는 정책도 있다"는 취지로 답하며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 임명 건에 대해서도, 황 대표가 "회담 직전에 바로 임명하니 협치가 됐다고 볼 수 있나"라고 항의했고, 문 대통령은 "정해진 청문 절차에 따른 보고 내용을 국회가 통보를 안 해 재차 (청문보고서) 송부를 요구했고, 관례적 절차에 따라 했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 "위안부합의 잘못" 文대통령, 피해자 중심 원칙…정보보호협정 논의주목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외교적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는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따른 피해자 배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우선 손 대표가 한국 정부가 먼저 기금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이번 사태의 해법으로 제안했고, 이에 황 대표도 동의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예로 들며 "교훈을 얻을 부분이 있다. 양 정부 간 합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피해자들의 수용 가능성과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원칙으로 거듭 천명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 국가 간 분쟁으로 인한 개인의 손해 이슈가 발생할 때 문재인 정부는 이 원칙을 기준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한 문제도 이날 의제로 다뤄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회동에서 이 협정에 대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심 대표가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 실장의 이 같은 언급은 앞으로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는 비상카드로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할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심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회 차원에서는 그 문제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제가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정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협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톤다운'하는 모습을 보였다.



◇ '1+1안' 징용배상안·대일특사 등 방법론 놓고 인식차 극복 과제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인식차는 다른 곳에서도 다수 발견됐다.
일례로 공동발표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협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을 두고도 의견차가 있었다고 한다.
홍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에서는 이를 넣지 말자고 했다. 일본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대일 압박 수위를 두고 여야간 온도차가 감지된 대목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일부에서 거론됐던 '1+1안'(한일 기업이 기금을 마련해 배상) 혹은 '1+1+α안'(한일 기업과 한국 정부가 배상)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1+1안을 제안했지만 이걸 유일한 방안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언급하긴 했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 얘기는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1+1+α에서 이 'α'가 뭐냐에 대한 개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방안이 'α'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숙제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황 대표가 제안한 한일정상회담, 야당 대표들을 중심으로 얘기가 나온 대일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다소 다른 의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대일) 특사나 고위급 회담 등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 협상 끝에 해결 방법으로 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들이 이낙연 국무총리나 김대중(DJ) 정부 당시 주일 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특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방법론을 두고 다양한 이견이 나오긴 했으나 추후 여야 간 지속적 소통을 통해 이런 인식차를 좁혀가는 과정이 초당적 대응을 한층 탄탄하게 뒷받침 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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