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핵사찰 '추가의정서' 비준 2023년보다 앞당겨 '즉시 가능' 언급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서방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시점보다 이르게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의회가 비준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에 가하는 경제 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는 선행 조건을 달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트럼프(미 대통령)가 더 많이 원한다면 우리는 즉시 추가의정서를 비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대이란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체결된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애초 핵합의 8년 뒤인 2023년 의회가 NPT 추가의정서를 비준하기로 했다.
NPT 추가의정서는 NPT 가입국에 NPT의 핵안전조치협정(Safeguard Agreement)보다 우라늄 농축과 핵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자료를 더 자세히 IAEA에 보고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라크의 핵개발과 관련해 1997년에 도입된 것으로 핵연료 주기와 관련된 모든 시설·장비·물질의 정보 접근과 조기 통보에 의한 사찰을 받아야 한다.
이란은 2003년 이에 가입했으나 아직 의회가 비준하지는 않았다.
이란은 2015년 7월 서방과 핵협상을 타결했을 때 NPT 추가의정서 수준으로 사찰을 허용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IAEA는 2016년 1월부터 분기마다 이란 핵프로그램을 사찰해 분기별로 보고서를 냈다.
이란이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에 맞서 올해 5월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기 전까지 IAEA는 이 보고서에서 이란이 핵합의를 모두 지킨다고 검증했다.
서방 언론은 자리프 장관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내비쳤다는 점을 부각했으나 자리프 장관은 이전에도 수감자 교환, 탄도미사일 협상 등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미국이 제재를 먼저 해제하고 핵합의에 복귀해야 한다는 강력한 가정법을 사용한 제안이었다.
서방 언론은 이란의 '입' 구실을 하는 자리프 장관의 언급 가운데 이란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부분만을 선택 취사해 종종 과잉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자리프 장관은 15일 미국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이 우리의 미사일을 놓고 얘기하고 싶다면 먼저 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무기를 중동에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으나 AP통신은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협상 의제로 처음 언급했다"며 초점을 다르게 잡았다.
이란 외무부는 이에 대해 "AP통신이 자리프 장관의 말을 곡해했다"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비판한 말이었다"라고 바로 잡았다.
이런 이력을 종합하면 자리프 장관의 NPT 추가의정서 조기 비준 발언도 미국의 제재 해제를 강조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이 먼저 핵합의에 복귀하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한다면 이란도 더 많은 것을 협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란 의회가 현재 핵합의에 비판적인 쪽으로 기운 탓에 추가의정서 조기 비준이 가결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 관리가 "이란이 진지한 상황을 원한다면 우선 우라늄 농축부터 중단하고 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개발 등을 포함한 악의적인 핵 야심의 영구적인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리프 장관의 제안이 이란을 상대로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5년 핵 합의 과정에 참여했던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차관은 "이란 의회가 추가의정서를 비준한다는 자리프 장관의 제안은 엄청나다"라며 "이란 역시 그 대가로 상당한 것을 원할 것이다. 어쨌든 창의적인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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