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출범 1년 한·아프리카재단, 초석 다지는 최연호 이사장

입력 2019-07-20 09:01   수정 2019-07-22 07:01

[인터뷰] 출범 1년 한·아프리카재단, 초석 다지는 최연호 이사장
"밀림·사막의 대륙 아냐"…편견 불식·중요성 부각에 집중
"지금이 아프리카 진출 적기, 상생의 동반자 관계 구축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2억6천만 인구의 아프리카는 30세 이하가 70%를 차지할 만큼 젊은 대륙이고 2050년에는 25억으로 늘어날 전망이라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입니다."
외교부의 4번째 산하기관으로 출범 1년을 맞이한 한·아프리카재단의 최연호(62) 초대 이사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는 제조공장이자 소비시장으로서 떠오르는 지역인 데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필수 파트너로 위상이 큰 만큼 상생 동반자 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단은 지난해 6월 말 이사장을 포함해 임원 2명과 직원 17명으로 서울 광화문에 둥지를 틀었다. 2019년도 예산 총액이 33억 원 수준으로 같은 외교부 산하의 재외동포재단(613억 원), 한국국제교류재단(577억 원), 한국국제협력단(8천87억 원)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지만 지난 1년간 적지 않은 활동을 펼치며 초석을 다져왔다.
최 이사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프리카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중요성을 부각하는 활동과 더불어 한-아프리카 간 우호·협력 관계 확대에도 공을 들여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1983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발을 디딘 최 이사장은 미국, 일본, 루마니아 등 7개국을 거쳤고,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를 거쳐 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 준비기획단장을 지내는 등 '아프리카통'으로 불리고 있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정부가 외교부 4번째 산하기관으로 유일하게 지역적 특성을 지닌 재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 구미의 주요 선진국은 일찌감치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고 중국과 일본도 경쟁적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는 건 국제사회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2000∼2018년 연평균 5.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아프리카 내 단일비자, 아프리카 항공운송 협정 등이 추진되고 있어 비즈니스에서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193개 유엔회원국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54개국이 가입돼 있어 국제무대에서 최대 규모의 지역 블록을 형성하고 있기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이 외교 무대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곳이다.

-- 지난 1년간 어떤 성과를 냈는가.
▲ 우선 기업 및 민간단체와 아프리카 국가 간의 교류·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비즈니스 세미나를 개최했고, 시도지사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와·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아프리카 유력인사 방한 추진, 국회 아프리카새시대포럼 세미나와 모의아프리카연합총회, 아프리카 주간·아프리카 카페·아프리카 영화제 행사 등을 열었다.
특히 아프리카 관련 학자, 사업가, 시민단체, 유학생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가 모이는 아프리카동창회도 발족시켰다.
90명에서 시작한 '아프리카 투데이' 뉴스레터는 독자가 1천100명으로 늘었고, '한눈에 보는 아프리카' '이야기로 만나는 아프리' 시리즈 북도 발간했다.
무엇보다 재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아프리카 진출을 계획하는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많아졌고, 중고교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강연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 출범 2년 차의 계획과 장기 목표는 무엇인지.
▲ 1년간 조직을 정비하고 다양한 사업을 실험적으로 추진했다. 이 가운데 효과를 거둔 사업을 선별해 지속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아프리카 관련 청년 취·창업 기회를 늘이는 창업아이디어 대회와 스타트업 박람회 등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의 교류 확대를 위해 '한-아프리카 청년포럼', '차세대 아프리카 전문가 국제기구 파견', '한-아프리카 청소년캠프' '청년 공공외교단 파견' 등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상생협력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 중국과 일본의 아프리카 투자·교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 교육 파트너로 2017년 기준 1천7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미국의 3배 규모다.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중-아프리카 협력포럼을 열었고. 2015년과 2018년 포럼에서 중국은 대아프리카 지원금으로 각각 600억 달러를 약속하기도 했다.
55개 아프리카 국가 중에 52개 나라에 공관을 둘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교역액은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1993년부터 3년 주기의 도쿄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매회 대아프리카 지원금으로 300억 달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24개국에 공관이 있지만 일본은 35개에 이른다.
중국이 인프라 등 대규모 투자에 집중하는 데 비해 일본은 교육과 보건 등 사회개발 분야에 파고들어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유엔의 상임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위해 아프리카 회원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포석에서 오래전부터 투자와 지원을 펼쳐왔다.

-- 주요 선진국의 아프리카 진출과 비교해 후발주자인 한국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 주요국보다 원조 규모도 적고 시기적으로도 늦었음에도 한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지 않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피식민지와 빈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서 다른 선진국이 가질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국가라는 장점을 배우고 싶어한다.
아프리카는 선진국이 '아프리카에서 무엇을 빼먹을 것인가'라는 전제로 진출하고 있어 환영하면서도 경계한다. 후발주자인 우리는 상생과 호혜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아프리카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 확대, 소외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선진시스템 구축 전수, 인재 양성과 아프리카 전문가 그룹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 등을 추진한다면 해나간다면 뒤처질 이유가 없다.

-- 빈곤·난민·전쟁·질병 등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한데.
▲ 대부분 편견이다. 미디어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때 자극적인 내용을 과하게 담아 온 것도 한몫했다. 아프리카는 인류가 탄생한 대륙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토론·타협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곳이 아프리카다.
더욱이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가장 많은 케냐, 드론을 활용해 혈액과 의약품을 배송하는 르완다, 스타트업을 뉴욕 증시에 상장시킨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는 더는 밀림과 사막의 대륙이 아니다.
재단은 각종 세미나, 포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주간 행사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아프리카의 실상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 '아프리카통'으로 불리는데 외교관으로 겪어본 아프리카는 어땠나.
▲ 남아공 대사로 부임할 때 우리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경험을 이들에게 전해주겠다는 포부가 있었는데 오만한 생각이었다.
아프리카인들은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정신적으로는 우리보다 월등하게 풍요로웠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이 많고 특히 대화와 토론을 통한 문제해결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남아공의 경우 백인 정부에서 흑인 정부로 권력이 이양될 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이 사례는 분쟁 중이었던 아프리카 내 20여개국에도 도입되기도 했다.
특히 사람들 간 정이 많다. 친구를 맺으면 끝까지 지지한다.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 2차 결선투표 때 한국을 대거 지지해 반기문이 당선됐고,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한국 유치 경합 시 아프리카에서 몰표가 나와 폴란드와의 경합에서 이겼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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