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19일 전문지 전기전자 분야 전문지인 EE타임즈에 따르면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최근 이 매체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단행한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한국과 일본 기업에 미칠 영향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그는 "규제강화 대상 3가지 품목 중 불화수소가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며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의 10% 이상 공정에서 사용되는 것이어서 재고가 없어진다면 로직반도체, 디램(DRAM),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등 다양한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유노가미 소장은 이어 "한국이 불화수소의 조달처를 중국 등으로 돌리더라도 분량이나 사양 문제로 바로 일본산 불화수소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1~2년 있으면 일본제 불화수소가 없어도 중국제나 대만제 불화수소로 각종 반도체가 제조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와 유기EL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장치에서 가급적 빨리 일본을 배제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치 제조사는 삼성, SK하이닉스, LG전자 등과의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사업 기회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주요 사업자에 붙어 있으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기회를 확대해 온 그런 소중한 기회도 한꺼번에 잃어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노가미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규제를 해제해도 이미 늦었다. 한번 망가진 신뢰는 두 번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는 무덤을 팠고, 그 대가는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유노가미 소장은 교토(京都)대 박사 출신으로 히타치(日立)제작소에서 장기간 반도체 세가공 기술 개발 분야에서 일한 반도체 전문가다. 현재는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컨설턴트와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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