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성관계 동의할 이유 없어…진술도 구체적"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술에 취해 잠든 대학 후배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19일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대전 둔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A(29) 씨의 항소를 기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2017년 10월 19일 오전 1시 30분께 대전 중구의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잠든 대학 후배의 몸을 만지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 씨의 성적 접촉에 피해자가 잠에서 깨긴 했으나 계속 잠든 척했다는 점을 고려해 준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 3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했지만, 피해자가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준강간죄 미수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피해자가 성적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고 깨어 있었다"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적 접촉에 잠을 깼지만, 경찰관인 피고인이 스스로 행위를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해 잠든 척하다가 성폭행을 시도하자 강하게 거부하며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사건 당일의 일을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술자리가 A 씨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점과 A 씨와 피해자가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성적 접촉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A 씨와의 성관계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A 씨가 최초 경찰 조사에서 잠든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하고 이후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도 고려했다.
한편 경찰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A 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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