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듭된 경고에도 英 정부 자국 유조선 보호 실패

입력 2019-07-21 18:01  

이란 거듭된 경고에도 英 정부 자국 유조선 보호 실패
배치된 英 구축함 1척 불과…오만 배치했던 헬기도 지난 4월 철수
브렉시트·보수당 대표 경선 등 이슈에 적절한 대응 실패 지적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나포해 억류하면서 이를 막지 못한 영국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지난 4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 호를 억류하자 이란은 맞대응의 일환으로 영국 유조선 억류를 경고해왔다.
21일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는 이란 정부가 보복을 맹세했음에도 영국 정부가 자국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히 조치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특성이 이란이 손쉽게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스테나 임페로 호가 나포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 하루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어치 이상이 오가는 분주한 항로 중 한 곳이다.
이란이 비록 해협의 전체 통제권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좁은 곳의 폭이 21 해리(약 39km)에 불과한 이곳의 선박 운항을 제한함으로써 유가 급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미 지난 10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무장 쾌속정 여러 대가 영국 BP의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 나포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 유조선을 호위하던 영국 해군 구축함 몬트로즈 함이 포격하겠다고 경고하자 이란 측은 물러갔다.
문제는 걸프 해역에 유일하게 배치된 몬트로즈 함만으로는 90마일(약 145km) 길이의 호르무즈 해협 전체를 감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몬트로즈 함은 탱커 함의 지원이 없으면 급유를 위해 정기적으로 항구로 돌아가야 한다.
영국 선박이 몬트로즈 함의 지원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영국 정부는 자국 선박들에 정해진 시간에만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도록 권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영국은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영국이 이 지역에서 항공감시 지원을 할 수 없었던 점도 이번 유조선 나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영국 해군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남쪽인 오만에 2대의 헬리콥터를 배치해왔으나 "더는 필요하지 않다"며 4월 철수시켰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걸프 해역에 더 많은 군함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 미리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 오히려 이란을 더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영국 입장에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선데이타임스는 브렉시트(Brexit)와 차기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보수당 당대표 경선 이슈 등으로 인해 주의가 분산되면서 영국 정부가 이란과의 갈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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