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군경 수백명·불도저 수십대 동원…한달 자진 철거시한 지난 즉시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예루살렘 외곽의 팔레스타인 거주지 철거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22일(현지시간) 새벽부터 동예루살렘 변두리의 수르 바헤르 마을에 들이닥쳐 수백명의 군경과 불도저 수십 대 등을 동원해 가정집 등을 철거하는 작업을 벌였다고 로이터,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마을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한 뒤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경계를 넘나들며 확장해 왔다.
이날 이른 오전 이스라엘 군경은 마을 인근의 철조망으로 된 분리장벽(보안장벽)을 뚫고 들어와 주민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수르 바헤르의 지도자인 하마다 하마다는 "그들은 오전 2시부터 사람들을 강제로 집에서 몰아내고, 철거하려는 집에 폭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현장을 목격한 AFP 기자는 불도저가 2층짜리 주택을 파괴하고, 이스라엘 군경이 최소 네 곳의 건물을 폐쇄 조치했다고 말했다.
철거 작업을 막기 위해 마을에 모인 다국적 활동가들은 이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렸다.
집을 철거당한 일부 주민들은 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물 소유자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다고 항변했다. PA는 이스라엘이 점령 중이지만 팔레스타인인이 다수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자치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수르 바헤르 마을의 시설물들은 건설 금지 조치에 위반되며, 특히 군사시설 인근 구조물은 테러리스트 등이 활용할 우려가 있다며 1달간의 시한을 주고 주민들에게 일부 혹은 전체를 자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시한은 지난 19일까지였다.
판결이 나온 이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반박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점령군이 분리장벽 인근의 수많은 팔레스타인 건물을 철거할 수 있도록 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지역 대부분에서 통제권을 행사하며 허가 없이 세워진 주택이나 건물을 철거해왔다.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 북부 이브직 지역에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학생들을 위해 기증했던 조립식 교실 2채를 철거해 압수한 뒤 경매에 내놓을 방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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