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여성 택시기사를 성추행한 초등학교 교감을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론 내린 광주고법의 판결을 두고 여성단체가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 여성민우회는 22일 논평을 통해 "판결문에는 교감이 술을 마셔 만취한 상황을 참작했다고 한다"며 "외국은 음주 후 일어나는 범죄를 가중처벌한다. 술에 관대한 한국 사회 문화를 반영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자는 사회경험이 풍부한 67세의 여성인 점, 피해자가 느낀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판결문 문구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성 경험이 없는 아동, 청소년, 순진한 20대 여성들만이 법원이 말하는 적합한 피해자이냐"며 "피해자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통념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성인지 감수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대법원의 의지, 사회 흐름과도 맞지 않은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광주고법 행정1부(최인규 수석부장판사)는 초등학교 교감 A씨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항소심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만취해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피해자가 즉시 차를 정차하고 하차를 요구해 추행 정도가 매우 무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추행을 신고하려던 것이 아니라 경찰 도움을 받아 하차시키려 했다'고 진술했고 A씨와 원만히 합의했다"며 "피해자가 사회경험이 풍부한 60대 여성인 점, 진술 내용을 볼 때 피해자가 느낀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7년 9월 9일 자정께 택시 뒷좌석에 타고 광주 서구 도로를 지나던 중 운전석에서 운전하던 60대 여성 택시기사의 가슴을 만지고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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