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출신 이친범 주동티모르 대사…"전국에 공장 한 개뿐"
"동티모르인에게 경험할 기회 달라" 韓대학·제조업체에 편지
(딜리=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오는 10월 16일이면 한국의 상록수부대가 동티모르에 파병된 지 정확히 20주년이 된다.
이친범(57) 주동티모르 한국 대사는 23일 연합뉴스와 현지 인터뷰에서 "20년 전 상록수부대는 동티모르의 정치적 독립을 도왔다"며 "한국이 이제는 동티모르의 경제적 독립을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육군 소장 출신인 이 대사는 합참 전략정보부 부장, 육군정보학교 교장, 국방부 정보기획부 부장을 역임하고 2016년 전역한 뒤 작년 1월 동티모르 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상록수부대가 주둔했던 로스팔로스와 오에쿠시에 가면 아직도 많은 주민이 한국군을 기억하고 고마워한다"며 "젊은 청년들이 어릴 적 한국 군인에게 태권도를 배웠다며 발차기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록수 부대원들은 주둔 당시 마을 정비부터 태권도 교육, 이발, 보건 진료 등 다양한 대민 활동으로 동티모르인들과 정을 나눴다.
동티모르는 452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1975년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가 강제 점령했다.
이후 1999년 8월 유엔 감독하게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결정했으나, 친 인도네시아 민병대가 유혈사태를 벌였고 당시 김대중 정부가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상록수 부대를 파병했다.
2003년 10월 철수할 때까지 4년간 우리 군인 총 3천328명이 동티모르에 파병됐으며, 장병 5명이 임무 수행 중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 대사는 "현재 상록수부대 주둔 시설과 태권도장 등이 거의 폐허로 방치돼 있어 아쉬움이 많다"며 "관련 시설을 리모델링해 태권도를 가르치는 장소 등으로 활용하면 국방 외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에 오는 10월 파병 20주년을 기념해 태권도 시범단을 보내 줄 것과 군에서 사용 연한이 지난 중고 컴퓨터를 동티모르인들에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 대사는 지난해 부임 후 동티모르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이 나라의 '경제적 독립'에 초점을 맞췄다.
동티모르의 편성 예산이 연간 1조2천억원 규모인데, 호주와 미국, 일본 등에서 받는 원조금액이 2천377억원일 정도다. 그만큼 해외 경제 의존도가 높다.
그는 "동티모르 전국에 공장이라고는 작년에 생긴 하이네켄 맥주 공장 하나밖에 없다"며 "강원도 크기 면적에 인구가 130만명밖에 없다 보니 내수 시장 활성화가 안 되고 무엇보다 경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대사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동티모르인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주려고 작년과 올해 두 차례나 한국 제조업체 170여 곳에 동티모르인을 직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또, 동티모르 학생을 교환학생으로 받아달라고 한국 400개 대학에 이메일을 보내 전남대학교와 선문대학교에서 실제 초청이 이뤄졌다.
특히 1만1천명이 사는 아따로우섬에 '한국형 시범 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을 동티모르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대사는 "부분적으로 원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섬에서 한국식으로 농축산업을 가르쳐 생산하고, 유통, 판매까지 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티모르인들이 원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자립하려면 이러한 시범 마을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이 대사는 동티모르 유소년축구팀 감독을 맡는 김신환 감독과 함께 코이카(KOICA) 사업으로 현지에 축구장 3개와 풋살장 5개, 축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는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아 동티모르 사람들이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며 "이들이 축구를 통해 꿈을 꾸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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