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관세 피해 미국 생산 중 수출 초음파기기 인도 이전
중국 생산 미 수출 인공호흡기용 마스크는 중남미로 연내 이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 유수의 보건의료(헬스케어)기기 메이커인 네덜란드 필립스가 미중 무역마찰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양국에 있는 일부 제품의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생산체제 개편을 추진한다.
프란스 반 하우튼 필립스 최고경영자(CEO)는 23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전화 인터뷰에서 "무역마찰의 영향이 심각하다. 마찰이 없었으면 이익률이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필립스는 미중 보복관세의 영향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4천500만 유로(약 593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4차 보복관세를 발동하면 영업이익이 2천만 유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스는 미중 양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초음파 기기 생산은 인도 등 아시아 지역 공장으로 이전한다. 미국 수출용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인공호흡기용 마스크생산은 중남미 등으로 옮긴다. 양쪽 모두 연내에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반 하우튼 CEO는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이루기 바라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생산거점을 역외로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세계는 중국 중산층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의 영향이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필립스의 올해 2·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46억7천100만 유로, 순이익은 38% 늘어난 2억6천만 유로였다. 중국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초음파 기기와 영상진단장치 등 의료기관용 제품이 매출액과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일반 소비자용 전동칫솔과 고기능 전기면도기 수요도 강세다.
반 하우튼 CEO는 중국은 "14억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 환자가 늘고 있어 의료기기가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도 확충을 추진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반 하우튼 CEO는 취임 이후 필립스를 종합전기 메이커에서 보건의료기기 메이커로의 변신을 추진해 왔다. 2011년 매출의 50%이던 보건의료 관련 사업은 올해 2·4분기 97%로 높아졌고 4.7%이던 이익률은 13.1%로 올라갔다.
그는 "(주력사업 전환은) 완료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를 활용한 건강정보 서비스를 강화해 포트폴리오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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