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한국에서 첫 레이스' 진주 "엄마 응원에 울컥했어요"

입력 2019-07-23 11:06  

[광주세계수영] '한국에서 첫 레이스' 진주 "엄마 응원에 울컥했어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서 태어난 사이판 수영 대표
"꿈은 의사…25일 자유형 100m에서는 꼭 개인 최고 신기록을"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고(Go), 진주."
늘 들려오던 어머니의 목소리였지만, 이날은 더 특별했다.
북마리아나 제도(사이판) 수영 선수 진주 톰프슨(16)은 23일 오전 10시 17분,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200m 예선을 치렀다.
딸이 경기할 때는 늘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어머니 김경아 씨는 이날도 진주가 소개되자 "고, 진주"를 외쳤다.
경기 뒤 만난 진주는 "입수하기 전에 어머니가 응원하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고마웠다"며 "내가 경기를 하는 날에는 늘 어머니가 오신다. 오늘은 아버지(홀린 톰프슨), 어머니, 삼촌, 이모들까지 모두 오셨다. 긴장도 했지만, 그만큼 힘도 얻었다"고 했다.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진주는 2분32초35로 레이스를 마쳤다.
진주는 "개인 최고기록은 2분29초다. 평소보다 3초 정도 느리다"라며 "우리 사이판 선수들은 바다에서 훈련한다. 이렇게 좋은 수영장에서 경기해 기뻤다"고 했다.
진주가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국제경기를 치른 건, 이날이 처음이다.
한국 관중들 사이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진주는 "모든 게 특별했다"고 했다.
진주는 사이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고 자란 곳은 사이판이지만, 그는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진주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해주는 한식을 먹고 자랐고, 집에선 한국어만 썼다. 또 한글 학교에서 한국 문화와 한글을 배웠고, 지금도 최소 일 년에 한 번씩 경기도 의정부에 사시는 외할머니를 뵈러 한국을 찾는다"고 말했다.




아버지 톰프슨 씨는 '스포츠의 중요성'을 딸에게 알렸고, 함께 수영 등을 즐겼다. 현재는 수영뿐 아니라, 트라이애슬론도 딸 진주와 함께한다.
어머니 김경아 씨는 진주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진주는 "사이판의 수영 훈련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사이판에 있던 유일한 실내수영장이 지난해 문을 닫아 바다에서 훈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진주의 꿈은 의사다. 고교를 졸업하면 아버지의 고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건너가 의학을 공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의대에 진학하려면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한국 고교생과 달리 진주는 공부와 스포츠를 함께 즐긴다.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있는 지금은 '수영'에 더 집중한다. 진주는 25일 자유형 100m 예선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 진주의 마지막 경기다.
진주는 "100m에서는 꼭 개인 최고 기록(1분8초)을 넘고 싶다.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광주에서 쏟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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