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가강 강력한 어조"로 규탄…실제로는 "평소대로" 거래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이후 6개월 동안 1조원 상당의 무기를 사우디 정부에 팔아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으나, 배후로 의심받은 사우디 정부와는 "평소대로" 거래를 해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2일(현지시간) 비영리기구인 '무기거래반대캠페인'(CAAT)의 분석 자료를 인용, 영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 동안 6억4천800만 파운드(9천520억 원) 규모의 무기 거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거래에는 5억5천100만 파운드(8천100억 원)의 'ML4' 범주의 무기가 포함됐다. 이 범주에는 폭탄과 미사일, 로켓, 어뢰, 기타 폭발물 등이 들어있다.
또 9천200만 파운드(1천350억 원) 규모의 'ML10' 범주의 거래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군사용으로 설계되거나 개조된 선박들과 함께 특별 해군장비가 해당한다.
이런 내용은 영국 정부가 올해 말 세계 최대의 무기전시회에 사우디 대표단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는 또 영국 항소법원이 지난달 사우디에 대한 영국의 무기 판매는 불법이라고 판결하자 영국 정부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항소법원은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이 전쟁 중인 예멘에서 인도주의 법률을 위반했는지에 관해 영국 정부가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런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 이후 영국 정부는 새로운 무기 수출 허가를 중단했지만, 기존 계약에 따른 판매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CAAT의 앤드루 스미스는 인디펜던트에 "(영국) 외무장관은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말했지만, 이후 수개월 동안 정부와 무기 회사들로서는 평소 그대로였다"라고 비판했다.
스미스는 또 사우디 정권이 자신들의 살해를 은폐하는 동안 정부 장관들은 수억 파운드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제 무기는 예멘을 폭격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수만 명이 죽고 중요한 인프라들이 파괴되는 일은 영국처럼 무기를 거래하는 정부들의 공모나 지원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수출 허가가 내려진 것 중 많은 수는 지난해에 신청이 이뤄진 것이라며 EU 및 영국의 무기 수출 허가 기준에 따라 신청이 엄격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 무기 수출의 48%를 사우디가 차지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속에 아무 일 없다는 듯 세계 곳곳을 방문하고 있으며, 지난달 하순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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