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아파트 소음 민원을 해결하려고 일시적으로 전기를 끊은 경찰관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일까.
2016년 6월 8일 오후 11시 40분께 부산 한 아파트 A(51) 씨 집에서 심한 고성, 욕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XXX 호에서 난리가 났다"는 이웃 신고를 받은 지구대 경찰 2명은 A 씨 집을 찾아 "소음 민원 들어왔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A 씨가 오히려 욕설을 퍼붓고 문을 열어주지 않자 경찰은 A 씨 집 전기차단기를 내렸다.
화가 난 A 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나와 경찰에게 휘둘렀다.
A 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소음을 유발해 경찰이 출동한 전력이 있었다.
1심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장기간 이웃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는데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 씨는 법정구속됐다.
2심 판결은 뒤집혔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에만 성립하는데 사전 고지 없이 전기를 끊은 것이 적법한 직무 행위로 볼 수 없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5개월간 구속됐던 A 씨는 석방됐다.
검찰 상고로 진행된 3심은 2심과 달리 경찰의 단전 조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전기를 일시적으로 차단한 건 A 씨가 집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것으로 범죄 행위를 진압·예방하고 수사하기 위한 적법한 직무 집행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을 재심리한 부산지법 형사4부(전지환 부장판사)는 "한밤중에 음악을 켜놓고 소리를 지른 것은 경범죄 처벌법상 소란행위"라고 밝혔다.
또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소란행위도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A 씨를 제지하고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려고 전기를 차단한 것은 정당한 경찰관의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1심에서 5개월 이상 구금됐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은 무거워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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