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잠수함 공개일에 폼페이오 "안전보장 제공 준비"
"실무협상 두어주 내에 재개 희망"…ARF서 동력 얻어 실무협상 재개 구상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최근 미국을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연일 북한을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 주목된다.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되살아난 비핵화 실무협상의 동력이 다시 사그라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도로,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를 강조하고 있어 실무협상 재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국무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아이 하트 미디어'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일련의 체제 안전 합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제보장 안전 조치와 관련, "핵 프로그램을 해체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핵이 없을 시 그들(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안함을 그들에게 주는 것"이라며 '불가침 확약'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 조치의 초점을 '제재 완화'에서 '안전 보장'으로 옮겨가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치를 구체적인 '당근'으로 제시하며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한 직후에 전해져 주목된다.
인터뷰는 북한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이 실제로 잠수함을 방문한 시점보다는 뒤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정보 자산을 통해 김 위원장 동선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의 잠수함 방문 사실을 알고도 관련 언급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실무협상을 이와 연계하려는 태도를 보인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잠수함 방문을 공개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의 태도는 이에 맞대응보다 대화 동력 유지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한 비핵화와 안전 보장에 대해 언급하며 "이것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합의의 개요"라고 말해 두 정상이 판문점 회동 등에서 이와 관련해 이미 구체적으로 논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측에 전달한 '판문점 회동' 내용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합의'는 지난해 이뤄진 '싱가포르 합의'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시 양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23일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은 싱가포르 합의의 의미를 부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내달 2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이 만나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폼페이오 장관이 22일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실무협상 재개 시기와 관련, "두어주 내에(in a couple of weeks)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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