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ECB·일본은행 채권 순매입 9월에 플러스"
11개월만에 완화로 전환…"경기부양효과 불투명"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전으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려는 양적긴축(QT)이 1년도 안 돼 수명을 다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대차대조표를 분석해 이들 중앙은행의 전체 채권 매입액이 올해 9월부터 매도액을 초과할 것이라고 24일 분석했다.
중앙은행들은 채권을 사들여 돈을 풀거나 보유한 채권을 팔아 돈을 거둬들여 유동성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조절하고 있다.
연준, ECB, 일본은행의 전체 보유자산 규모를 따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돈을 푸는 양적완화가 유지되다가 작년부터 돈을 회수하는 양적긴축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드러난다.
이들의 자산 순매입(매입에서 매출을 뺀 규모)은 작년 9월까지 플러스(+)를 유지하다가 현재까지 0이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9월에 다시 플러스로 전환하면 양적긴축의 시대가 11개월 만에 막을 내리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이처럼 신속한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글로벌 경제 성장세의 급격한 둔화 때문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앙은행들이 작년까지 긴축정책 쪽으로 대거 기울어지다가 어쩔 수 없이 방향을 바꿨다"며 "보유자산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영원히 크게 유지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2017년부터 양적완화 정책을 줄이기 시작해 2015년 4조5천억달러(약 5천310조원)에 이른 보유자산 가운데 3천700억 달러(약 436조5천억원) 정도의 미국 재무부 채권(미국 국채)을 매도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준이 올해 주택담보채권을 미국 국채로 모두 전환하는 작업을 마무리해 글로벌 금융위기 전으로 자산의 성격을 정상화하면서 보유자산을 다시 확대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금융기업인 웰스파고는 연준의 보유자산이 향후 10년간 2조 달러(약 2천360조원)에 달하는 미국 국채 추가매입에 따라 사상 최대 수위로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CB도 오는 9월 열리는 정책위원회에서 채권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ECB가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채권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꺼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 ECB와 달리 일본은행은 추가 양적완화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공식적으로 보유자산을 축소할 겨를이 없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확대할 일부 여력이 있다며 오는 10월 소비세율이 인상되면 매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전문가들은 호주중앙은행(RBA)도 결국 양적완화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기존 관례와 다른 통화정책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양적완화가 경기 부양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를 두고는 일부 회의적 견해도 목격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이 자산의 규모는 12조 달러(약 1경4천156조원)에 달한다.
너무 많은 돈이 풀린 만큼 추가 조치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진단이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텐 슬로크는 16개 학술연구를 검토한 뒤 양적완화의 영향이 줄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슬로크는 "여러 국가의 양적완화를 평가한 학술논문에서는 양적완화가 더는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주요 중앙은행들은 보유자산 확대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도 경기 부양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30∼31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준 관리들은 현재 미국 경제에 위험 신호가 거의 없지만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를 고려해 '보험성 인하'에 나설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이 78.6%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둔화가 심각한 유로존을 관할하는 ECB는 오는 25일 정책위원회에서 신호를 보낸 뒤 연내에 금리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무역전쟁, 중국의 경기둔화로 우려가 커진 일본은행도 오는 29∼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추가 경기부양책의 시행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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