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한국 영공 침범 부인' 성명만 집중 보도하며 '두둔'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의 압력에 맞선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밀월 관계가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 23일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에 대해 "영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같은 날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인근 한국 영공 침범과 관련해서도 러시아 측 입장만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두둔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2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한 질의에 대해 영공이 아니라고 바로 잡고 중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게 아니라고 밝힌 점을 주목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했다는 지적에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는 조심히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상하이(上海)의 군사 전문가인 우젠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ADIZ 내 비행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서 "영공에 들어가기 전에 ADIZ에서 해당 국가가 착륙을 강요하거나 사격 등을 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ADIZ는 국가안보 목적상 외국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설정한 임의의 구역을 말하는 것으로 '영공'은 아니다. 하지만, 이 구역으로 진입하려면 사전에 비행목적과 비행경로 등을 해당국에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신화통신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인근 영공을 두차례 침범한 것과 관련, 러시아군이 자국 폭격기가 한국 영공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가 관련 국제법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외국 영공 침범이 없었다고 밝힌 발표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입장은 짤막하게 전하면서 한국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360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고 언급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러시아 측이 한국 영토 침범을 부인하면서 한국군의 F-16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비난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한편,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중국 H-6 폭격기 2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군용기 5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해 우리 공군의 F-15K와 KF-16 등이 경고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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