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주 "미국 측 증거자료 조작됐다"며 혐의 부인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유엔이 결의한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부산항에 억류됐던 제3국 선박과 관련한 조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선주 혐의 입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올해 3월부터 파나마 선적 1천14t급 석유제품 운반선인 카트린호 선주인 러시아인 K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카트린호는 지난해 7월 17일 북한 청진항에서 안보리 제재 선박인 금진강 3호에 석유제품을 옮겨 싣는 등 지난해 7∼12월 3차례에 걸쳐 북한 선박에 석유제품을 환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K 씨는 올해 3월 1차 조사를 받고 러시아로 돌아간 뒤 해경의 거듭된 재입국 요청을 거부하다가 올해 5월 초에 부산에 와서 조사받고 있다.
해경은 올해 5월부터 K씨 출국을 정지한 상태로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K 씨는 석유제품 환적과 관련해 미국 측이 제공한 위성사진은 조작됐고, 오히려 해당 기간 러시아에 억류돼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카트린호에 설치된 GPS 프로터(인공위성을 이용한 선박 위치 확인 장치)는 처음부터 저장기능이 꺼져있고, 용량이 초과해 복원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 씨가 입국만 하면 강제수사 등을 거쳐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이라던 해경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출국 정지 기한을 연장해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트린호는 선주가 고철 폐기를 요청해 이달 초 폐기 작업이 마무리됐다.
고철 폐기 결정은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 주요국들과 협의를 거친 데 따른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배를 고철로 폐기해도 조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조사 중 폐기를 원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대북제재 위반으로 억류되면 폐기까지도 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외교부는 강조했다.
선주가 손에 쥐는 돈은 3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카트린호와 비슷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에 억류돼 부산 감천항에 머물던 피 파이오니어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결정에 따라 이달 1일(현지 시간)에 풀려났다.
선사 측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상시 가동하고 정부 요청이 있으면 항운 기록을 제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 파이오니어호는 선명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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