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친박?" 주요 국회직·당직 독식…한국당 일각 '부글부글'

입력 2019-07-24 11:33  

"또 친박?" 주요 국회직·당직 독식…한국당 일각 '부글부글'
예결위원장·사개특위 위원장 모두 친박계…"도로 친박당" 불만
'내년 총선서 공천 학살 대상은 영남권 비박?'…분위기 뒤숭숭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 몫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에 친박(친박근혜)계 유기준 의원이 내정되면서 24일 당내에서 불만스런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에서 단행된 인사 대부분이 친박 성향 의원들에게 기울어져 있는데 따른 것이다.
친박계 재선인 박맹우 의원이 새 사무총장에 임명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에 오른 데 이어 박근혜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차지하자 당 일각에선 '또 친박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예결위원장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의결하는 자리로, 하반기 정국을 좌우하는 국회의 핵심요직으로 통한다.
사개특위 위원장 역시 정부·여당 주도의 사법개혁에 맞서 한국당의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여권과의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징적인 자리다.
나아가 당 지도부는 사개특위를 포함한 각 상임위원회의 간사도 친박계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개특위의 경우 윤한홍 의원 대신 친박계 재선인 이장우 의원이 새 간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지율은 물론 황 대표의 지지율까지 수주째 박스권에 갇히거나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도로 친박당'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인사가 잇따르면서 한국당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도 있다.
친박 위주의 잇따른 인사가 당 전체를 과거 회귀적이고 수구 지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당 몫 사개특위 위원장에는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최근 강원랜드 비리 의혹 재판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검찰 출신 권성동(3선) 의원과 판사 출신인 주호영(4선) 의원, 변호사 출신의 유기준(4선)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유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최종 낙점되자, 당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받았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보은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이슈를 다루는 사개특위의 경우 법원과 검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 차이가 있다"며 "아무래도 경험이 있는 쪽이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실태나 현상 파악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국민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편향적인 인사만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 인사 참사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당 지도부부터 우리 당의 오랜 기득권인 친박에 휘둘리는 것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예결위원장과 사개특위 위원장이라는 상징적인 자리를 모두 친박에게 줬다는 것은 당이 결국 도로 친박당으로 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친박계의 '인사 독식'이 이어지자,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 4월 총선 공천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영남권 의원은 통화에서 "험지인 수도권이 공천학살의 타깃이 아니라면, 결국 학살 대상은 영남권 비박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wi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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