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일본 조치 유감…수출통제 강화조치 즉각 원상회복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고은지 기자 = 정부는 24일 일본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이 부당하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일본 정부에 보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입법 예고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5쪽 분량의 정부 의견서는 성 장관 브리핑 직전에 일본 경제산업성에 이메일로 송부됐다.
성 장관은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양국간 신뢰관계 훼손 등 일본 측이 내세우는 금번 조치의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며 "양국 간 경제협력 및 우호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이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 없는 수출 통제 강화조치는 즉시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장관은 그러면서 "양국 기업과 국민들은 지난 60여년 이상 발전시켜 온 공생·공존의 한일 간 경제협력의 틀이 깨어지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문제 해결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일 경제 분야에선 갈등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날 정부의 공식 의견서 제출도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견서에서 "일본은 한국의 재래식 무기 캐치올(Catch all·상황허가) 통제가 불충분하다고 하지만, 이는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면서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도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이 한국의 캐치올 통제 제도만을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하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양국 수출통제협의회가 개최되지 않았다고 해서, 일본이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를 신뢰 훼손과 연관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화이트 국가 중에서 일본과 정기적인 협의체를 운영하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며, 협의체가 없는 국가들에 대해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 사례도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제 규범에 어긋나며, 글로벌 가치사슬과 자유무역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도 전날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공식 제출했다.
일본은 지난 1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감 시한은 24일까지로 현재 1만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대부분 일본 조치에 대한 찬성 의견이라고 일본 NHK방송이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산업부 박태성 무역투자실장은 추가 브리핑에서 "의견 수렴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일본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백색국가 배제 여부를 결정할 일본 정부의 각의(한국의 국무회의 격)는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만약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빼기로 결정한다면 개정안은 공포 21일 후부터인 다음달 중순 이후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실장은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를 강행할 경우 정부의 대응책과 관련, "경제계와 함께 다각적으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어느 품목이 타격을 받게 될지 아직 예상하기 이르지만 이와 별도로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대책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최고결정기관인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일본의 조치 철회가 없을 경우 WTO 제소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sungjin@yna.co.kr,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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