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휴대전화 제출 요구했으나 불응…보좌관은 "협박받는다"며 사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막말 채팅'이 공개된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10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법무부가 로세요 주지사와 채팅방에 있던 인사들의 휴대전화 확보를 위한 수색영장을 발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리아나 코비안 푸에르토리코 법무부 대변인은 법원이 전날 로세요 주지사 및 채팅을 함께한 관련자 11명의 휴대전화에 대해 수색영장을 발부했으며, 23일 집행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채팅 스캔들' 수사의 일환으로 로세요 주지사와 대화에 참여한 보좌관들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으나 대다수가 이에 순응하지 않자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현재까지 리카르도 예란디 보좌관만 법무부의 요구에 순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로세요 주지사가 휴대전화를 제출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예란디 보좌관은 휴대전화를 제출한 뒤 이 사건으로 협박받고 있다며 지난 22일 가족의 안녕을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로세요 주지사가 측근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허리케인 피해자와 여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되며 촉발됐다.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센터가 지난 13일 공개한 889쪽 분량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로세요 주지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고 부르고, 동성애자 가수 리키 마틴을 비하하는가 하면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들을 조롱했다.
이는 가뜩이나 정부의 허리케인 피해자 대응에 불만이 쌓여있던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이며 로세요 주지사의 시위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지난 20일 수도 산후안에서 열린 시위에는 50만명이 집결해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했다.
로세요 주지사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최대 일간지 엘누에보디아는 사설을 통해 "이제 국민 말을 들을 때다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그는 23일 성명을 내고 "국민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내가 들어야 한다"며 여전히 사임에 대해선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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