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최소 2천억원 이상이 투입될 전주종합경기장 부지(12만3천m) 개발사업은 사실상 '1억원'으로 물꼬가 터졌다.
체육시설로서 기능을 상실한 종합경기장을 활용하려는 계획이 '보존 대 개발' 논쟁으로 14년째 장기간 표류해온 가운데 전주시의회가 24일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킨 종합경기장 개발을 위한 부지 감정 평가와 법률 자문에 필요한 추경 예산안(1억원)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전주시는 우여곡절 끝에 개발 관련 초기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조만간 업체를 선정해 부지 감정에 나서는 등 개발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시의 계획대로 '1억원'이 2천억∼3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은 크게 전주시가 추진하는 시민의 숲과 대체경기장 시설, 롯데쇼핑의 전시컨벤션센터·호텔·백화점으로 나뉜다.
우선 시는 경기장 개발과 노후화로 활용하지 못하는 야구장과 육상장을 덕진구 월드컵경기장 일대에 지을 계획이다.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제1종 육상경기장은 1만5천석, 야구장은 8천석 규모로 총 1천147억원이 투입된다.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건립 계획 승인을 받음에 따라 부지 추가 매입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3년 완공할 예정이다.
또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시민의 숲(정원·예술·놀이·미식의 숲) 조성에는 장기적으로 수백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는 조만간 '시민의 숲'의 규모와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롯데쇼핑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1천억원 이상을 들여 국제 규모의 전시장과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전시컨벤션센터와 200실 이상 규모의 호텔을 건립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또 완산구 서신동에 있는 롯데백화점도 이곳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처럼 2천억원을 웃도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전주시의회의 '1억원' 편성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애초 이 예산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도시건설위원회가 "롯데쇼핑에 엄청난 특혜를 줄 수 있다"며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전액 삭감했으나 예산결산위원회가 23일 표결 끝에 되살려 본회의에 제출한 것이다.
예결위에서는 5시간에 걸친 논쟁 끝에 표결 역시 찬성이 7명, 반대가 6명일 정도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 사업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김승수 시장이 롯데쇼핑과 함께 종합경기장 부지(12만3천㎡)를 시민의 숲과 백화점 등 판매시설, 전시컨벤션센터·호텔 등이 들어서는 마이스(MICE) 집적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난 4월 최고조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는 판매시설 부지를 롯데쇼핑에 50년 이상 장기임대해주고 롯데쇼핑은 전시 컨벤션센터를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의 개발을 추진하려 하자 "사실상 일본 대기업인 롯데 측에 특혜를 줘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히 초선 시절 '롯데 측에 절대 종합경기장 땅을 줄 수 없다'던 김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뒤 결국 롯데와 손을 잡고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하자 김 시장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거세졌다.
김 시장이 "5년간 불면의 밤을 보낸 끝에 (지역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책"이라고 고뇌의 일단을 내비치며 반대 측 설득에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에 김 시장은 개발사업의 첫 단추이자 사업의 공식 신호탄이 될 예결위의 추가 경정 예산안 심의에 집중했다.
첫 심의가 열린 22일 이례적으로 시의회 예결위를 찾아 의원들에게 사업의 시급성을 알리며 예산 편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시의회 관계자조차 "시장이 특정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예결위를 직접 방문해 호소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이날 편성한 '1억원'이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에도 일단 수천억원대 개발사업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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